민족주의냐 민주주의냐 …이스라엘 등 세계 각국서 민주주의 위협

[사진=로이터통신 제공]

이스라엘 ‘유대민족법안’ 통과
“현대사회, 국경·인구 일치하지 않아”
유럽·미국서도 민족주의 강화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민족주의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사례가 세계 각국에서 포착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2일(현지시간) 분석·보도했다.

이스라엘 의회는 지난 19일 유대인만이 민족자결권을 가질 수 있고, 히브리어와 함께 국가 공식언어였던 아랍어를 특수언어로 격화시키는 ‘유대민족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국가 내 ‘집단적 권리’를 오직 유대인들에게만 부여한다.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아랍계는 ‘개인적 권리’만 누리게 된다. 이는 팔레스타인과의 오랜 분쟁 속에서 나타난 민족적 단결의 결과로도 해석된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법안 가결 직후 “시오니즘(유대 민족주의)와 이스라엘의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이곳은 우리의 국가, 유대인의 국가”라고 말했다. 반면 아랍계 출신 아메드 티비 의원은 “충격과 슬픔 속 민주주의 죽임을 선언한다”고 외쳤다.

민주주의가 민족주의에 앞서야 한다는 생각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례는 계속해 등장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이주민·난민의 대거 유입과 함께 테러 공격이 늘자 대중의 태도가 변하고 있다. 유럽인들은 이전보다 민족주의적이고 정치적으로 극단적이며, 외부인을 덜 환영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이스라엘처럼 이민과 테러가 동시에 감소하면서 위협이 줄어드는 가운데서도 강경한 태도는 계속되고 있다.

헝가리는 난민 문제를 두고 유럽연합(EU)과 갈등을 나타내며 과거와 같은 민족주의를 공공연하게 포용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백인 유권자 일부가 소수에 대한 가혹한 정책과 이를 통제할 수 있는 강한 리더를 지지하고 있다. 이민과 테러에 대한 두려움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NYT는 “사람은 단순히 자신이 누군가에게 공격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자신의 정체성에 더 가까이 다가서게 된다”며 “자신처럼 보이는 사람만 용인하려고 하며, 다원주의나 민주주의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과거 이상주의적인 세계의 리더들은 내부적으로 균등하고 정적인 국가를 상상했지만, 현실은 더 까다로워졌다. 국경은 인구와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움직이고 신분은 바뀌고 있다”면서 “민주주의와 정체성 중 하나를 우선적으로 선택하도록 강요받는 상황에서는 사람들이 항상 민주주의를 택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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