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딜런의 미니멀리즘 공연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가수 밥 딜런(77) 공연에는 몇 가지가 없었다. 지난 27일 오후 8시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그의 공연 ‘Bob Dylan & His Band’에는 밥 딜런의 얼굴을 비추는 그 흔한 스크린이 없어 앞자리에 앉지 않는 한 그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2시간의 공연 내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인삿말도 하지 않았다. 21곡을 쉬지 않고 불렀다. 오로지 노래로만 관객과 소통하겠다는 그의 생각이었다. 밥 딜런은 무대에서 노래만 하고, 사진촬영도 못하게 했다.

하지만 관객으로서는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었다. 특히 노랫말의 뜻을 잘 모르는 관객이라면 더욱 그랬을 것 같다. 밥 딜런은 8년 전인 2008년 내한 공연처럼 대부분의 노래를 멜로디 위주보다는 가사를 읊조리듯이 불러 더욱 건조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무대는 미니멀리즘이었다. 자줏빛 커튼이 쳐져 있는 무대에 백열등이 켜졌다. 무대에 오른 밥 딜런은 기타를 매고 ‘올 얼롱 더 와치타워(All Along the Watchtower)’를 첫 곡으로 불렀다. ‘돈 씽크 트와이스, 잇츠 올 라이트(Don‘t Think Twice, It’s All Right)’, ‘하이웨이 식스티원 리비지티드(Highway 61 Revisited)’ ‘어니스트 위드 미(Honest With Me)’, ‘페이 인 블러드(Pay In Blood)’ 등을 연속해서 불렀다.

기타를 치던 밥 딜런은 ‘하이웨이 식스티원 리비지티드’부터 피아노 앞에 앉아 노래를 부르기 시작해 중간에 샹송 하나 부른 것 외에는 거의 끝까지 이 자세를 유지했다. 피아노 앞에서 하모니카를 불 때는 이날 모인 6천여 관객들의 반응이 밖으로 표현되기 시작했다.

아델 등 많은 후배가수들이 리메이크해 더욱 유명해진 ‘메이크 유 필 마이 러브’(Make you feel my love)를 부를 때에는 가장 큰 반응이 나왔다. 관객들은 노래를 따라 부르고 박수를 쳤다. 이 노래는 고시원에서 가수의 꿈을 키우던 우녕인이 ‘K팝스타’에서 기타를 치며 불러 애잔함을 더했다. 1997년에 딜런이 발표한 정규 30집 ‘Time Out Of Mind’ 수록곡인 이 노래의 원곡을 처음 들어봤다.

70대 후반인 밥 딜런은 목소리가 조금 더 탁해지고 힘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오히려 거친 숨소리가 더욱 더 인간적이고 자연스럽게 들렸다는 반응도 있었다.

밥 딜런은 미국의 포크 가수이자 저항음악인으로 유명하고, 2016년에는 대중가수로는 처음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이날 공연은 미국 포크, 락앤롤, 컨츄리풍 정서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좋은 기회가 됐다. 반면 조금 생소하게 느껴진다는 사람도 있었다.

밥 딜런은 ‘라이크 어 롤링 스톤(Like A Rolling Stone)’를 부르지 않았지만, 앵콜곡으로 그의 대표곡이라 할 수 있는 ‘블로잉 인 더 윈드(Blowin‘ In The Wind)’를 선사했다. 하지만 원곡과 너무 다른 편곡으로 불렀다.

밥 딜런은 한국 공연을 거쳐 29일에는 후지록페스티벌 헤드라이너로 무대에 올랐다. 대만, 홍콩, 싱가폴, 호주 등에서 투어를 이어갈 예정이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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