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대입] 수능과목 학생 선택권 강화한다지만…현장에선 “고교 교육 부실화 불 보듯”

[사진=연합뉴스]

-이과생도 ‘확률과통계’ㆍ‘미적분’ 중 하나만 선택
-교육계 안팎에선 “교육 내용 부실 우려” 나타내
-“범위 축소가 수능 변별력 상실로 이어질 수도”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교육부는 2022학년도 대학입학제도 개편안을 통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문ㆍ이과 구분을 폐지하는 등 대대적인 개편을 예고했다. 학습부담 감축을 이유로 폐지가 논의됐던 기하와 과학Ⅱ는 존치됐지만, 국어와 수학 등에서 필수과목이 선택과목으로 전환되며 “고교 교육이 부실화될 수 있다”는 교육계 안팎의 우려는 더 커졌다.

교육부는 17일 오전 2022학년도 대학입학제도 개편안을 확정 지으며 수능 국어ㆍ수학ㆍ직업탐구 영역을 ‘공통 선택’형 구조로 개편한다고 밝혔다. 문과와 이과에 따라 나뉘던 사회/과학은 전체 과목 중 2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변경됐고, 존폐 논란이 일었던 기하와 과학Ⅱ는 계속 출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오는 2021년도 수능까지 독서와 문학, 화법과 작문, 언어 과목으로 나뉘어 출제되는 국어 영역은 오는 2022년도 수능부터 3개 영역으로 축소된다. 기존 독서와 문학은 그대로 필수과목으로 남지만, ‘화법과작문’, ‘언어와매체’ 영역은 선택과목으로 지정돼 한 과목만 선택해 시험을 치르게 된다.

수학 역시 문ㆍ이과 구분없이 수학Ⅰ과 수학Ⅱ를 필수과목으로 치르고, ‘확률과통계’ㆍ‘미적분’ㆍ‘기하’는 선택과목으로 지정돼 한 과목만 선택하게 된다. 확률과통계, 미적분을 모두 배웠던 기존 이과 수험생 입장에서는 사실상 과목 축소가 이뤄진 셈이다.

교육부는 선택과목 확대에 대해 “학생의 선택권을 중시하는 교육과정의 취지를 반영하면서 동시에 학생들이 겪고 있는 학습부담 완화를 목표로 했다”며 “선택과목 간 유ㆍ불리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필수과목은 75점, 선택과목은 25점을 배점하는 등의 조정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어와 수학의 시험범위가 선택과목 도입으로 축소되면서 현장에서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필수로 배워야 할 과목들이 사실상 축소되며 고교 교육이 부실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종배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대표는 “학생과 학부모들도 설문조사에서 학력저하 등을 우려로 정부의 수능과목구조 개편안에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며 “수능 범위 축소가 결국 수능의 변별력 상실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러운 입장”이라고 말했다.

특히 문법 등 국어 교육에 필수적인 영역이 선택과목으로 분류된 국어교육계는 당장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고려대학교 한국어문교육연구소 등 국어교육학계 9개 단체는 “국어 교육은 독서와 문학뿐 아니라 언어, 화법, 작문까지 모든 영역을 고루 학습해야 한다”며 “언어, 화법, 작문 교육이 부실해지면 학생들의 국어 능력이 크게 저하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현장에서 교육을 해야 하는 교사들도 시험범위 축소에는 부정적인 반응이다.

서울 송파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는 이모(55) 씨는 “수능에 나오지도 않는 교육 내용을 학생들이 열심히 배울지 의문”이라며 “중요한 수학 개념을 ‘필요 없는 내용’으로 학생들이 인식하지는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교육계 안팎의 우려에 대해 교육부는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수능 시험범위 축소를 우려하는 시민단체의 기자회견이 예정되는 등 수능 시험범위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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