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불’ 짙어지는 재정…매년 적자폭 확대, 2020년 국가채무비율 사상 첫 40% 돌파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정부가 일자리 창출과 소득재분배, 저출산ㆍ고령화 대응 및 경제활성화 등을 위해 예산을 확장적으로 운영하면서 국가 재정의 ‘빨간불’이 점점 짙어지고 있다. 정부가 마련한 중기 재정운용계획 상 지출 증가율이 수입 증가율을 상회하면서 매년 적자가 누적적으로 늘어나 국가채무가 올해 700조원을 넘고 2022년에는 9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그동안 40% 아래에서 관리되던 국내총생산(GDP)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2020년에 사상 처음으로 40%를 넘어서고 이후에도 빠르게 증가하며 매년 사상최고치를 경신해 2022년에는 41%대 중반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의 GDP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이지만, 이처럼 빠른 증가세가 지속될 경우 재정건전성 악화는 시간문제인 셈이다.

게다가 저출산ㆍ고령화가 심화하면서 재정 건전성이 급격하게 악화될 것으로 보이는 국민연금의 개혁이 지연되거나 실패할 경우 재정이 파산에 이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가 의무적으로 지출해야 할 기초연금ㆍ아동수당ㆍ공무원 급여 등 경직성 지출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근본적인 세수 확충을 통해 재정기반을 강화하거나 지출 구조조정 등 근본적 대책이 필요한 것이다.

2일 기획재정부의 ‘2018~2022년 국가재정 운용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일자리ㆍ혁신성장ㆍ저출산 대응ㆍ소득분배 개선ㆍ남북경협 등 증가하는 지출수요와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해 적기에 충분한 투자가 이뤄지도록 재정을 확장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2018~2022년 5년간 재정지출 증가율을 당초 계획(5.8%)보다 1.5%포인트 높은 7.3%로 상향조정했다. 이에 따라 국가예산(재정지출) 규모는 올해(본예산 기준) 428조800억원에서 내년에는 470조5000억원으로 크게 늘어나고, 2020년에는 504조6000억원으로 50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이어 2021년 535조9000억원, 2022년에는 567조6000억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하지만 재정수입은 재정지출 증가율보다 2.1%포인트 낮은 5.2%에 머물 것으로 정부는 예상했다. 정부는 국세수입의 경우 반도체 업종의 호황과 세입확충 노력 등에 따른 내년도 세수호조에 힘입어 향후 5년간 연평균 6.1% 증가할 것으로, 세외수입은 같은 기간 연평균 2.1% 증가해 연간 26조~29조원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금수입은 연평균 4.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문제는 정부의 재정수입 전망이 상당히 낙관적인 데다가 정부 예상대로 세수가 호조를 보이더라도 재정지출 증가율이 수입 증가율을 크게 웃돌아 만성적인 적자 구조가 더욱 심화될 것이란 점이다. 실제로 정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기금 수지를 제외해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이 올해 28조원 수준에서 2022년에는 63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내년 33조4000억원, 2020년 44조5000억원, 2021년 54조2000억원, 2022년에는 63조원으로 매년 확대될 전망이다. GDP대비 재정적자 비율도 올해 1.6%에서 내년 1.8%, 2020년 2.3%, 2021년 2.6%, 2022년에는 2.9%에 이르게 된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국가채무로 그대로 전이된다. 정부가 반드시 갚아야 하는 중앙과 지방정부 부채를 합한 국가채무는 올해 708조원에서 내년 741조원, 2020년 790조8000억원, 2021년 843조원, 2022년에는 897조8000억원으로 900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GDP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39%대 후반에서 2020년(40.2%)에는 40%를 넘고 2021년 40.9%, 2022년에는 41.6%에 이르게 된다.

정부는 국가채무 비율이 선진국보다 낮은 수준에서 관리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지금과 같은 지출초과 상태가 지속되고 적자 규모가 확대될 경우 재정건전성이 위협받는 것은 시간문제일 수밖에 없다. 누적적자를 메우기 위한 국채 등 채권의 이자 부담도 늘어나게 된다.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는 한번 한계를 넘어서면 정부가 손을 쓰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악화된다는 속성이 있다.

당장의 재정소요에 대응하기 위해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이와 동시에 재정이 과도한 적자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대책이 필요한 셈이다. 근본적으로 증가하는 재정소요에 대비해 세수를 확충하기 위한 증세 등 중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하거나, 경제ㆍ사회구조의 변화에 따라 삭감ㆍ폐지할 수 있는 세출 항목에 대한 구조조정 등 대책이 시급한 것이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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