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톡톡]‘미션’, 김태리와 헤어지는 변요한의 쿨함을 배우시오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사랑하는 사람에게 이별을 고하는 것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슬픈 일이다.

지난 1일 tvN ‘미스터 션샤인’에서 김희성(변요한 분)이 고애신(김태리 분)에게 최종적으로 파혼을 선언한 후 숨죽인 눈물 연기를 펼치는 장면을 보면서 참 멋있는 남자의 이별을 보는 듯했다. 이런 이별도 절제되고 깔끔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데이트 폭력 등 각종 지저분한 뉴스들이 들려오는 작금의 남녀 연애에서 이렇게 깔끔하게 여인을 정리하는 남자, 그것도 100년도 더 지난 시점의 남자라는 점이 그를 돋보이게 한다.


아무리 가문과 가문이 결합하는 유교적 관습이 많이 남아있는 시대라 해도 김희성은 다른 남자를 마음속에 품고 있는 고애신과 결혼하면 서로 불행해지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김희성이 납채서를 읽으며 오열할 때 시청자들의 마음도 아파지고, 마지막으로 납채서를 불 태우는 것으로 마음 속에서 고애신을 떠나보낼 때 애처로움과 허망함을 느꼈다. 김희성은 고애신을 위해 파혼을 결정하며 그동안 참아왔던 가슴속 슬픔과 고통 등 응축된 감정을 거침없는 눈물로 쏟아냈다.

원하지 않는 이별의 상황임에도 김희성이 고애신에게 “저 문을 나서면 온갖 수군거림이 그대에게 쏟아질 것”이라면서 “부디 버텨주시오”라고 당부할 때는 가슴이 저려올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이 자체만으로 고애신에게는 낙인으로 남을지도 모르는 앞으로의 그녀 삶에 대한 진정어린 걱정이자 배려였다.

이건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때에는 말 없이 고이 보내드리 오리다’라고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한 자기 희생적 또는 성찰적 삶의 태도를 보인 김소월의 시 ‘진달레꽃’의 이별의 미학과도 닿아있다. “파혼은 그대에게 흠이 될 것”임을 알고 그것을 걱정하는 배려의 태도는 로맨스물에서 자주 드러나는 과도한 집착과 질투, 소유욕, 이기심과는 거리가 한참 먼 것이다.

김은숙 작가는 메인 여자주인공과 사랑을 이룰 수 없는 서브 남자주인공을 패배자로 만들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메인 남주와 여주간의 사랑을 빛내주고 빠지는 상황적 도구로 활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서브남주인 변요한 캐릭터에 독자적인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그래서 안그래도 멋있는 변요한을 더욱 멋있는 남자, 더욱 희소가치가 있는 남자로 만들었다.

김희성은 고애신에게 할 말을 다했다. 남자가 이 정도 나오면 여자도 진지해질 수밖에 없는 법. “귀하 역시 내내 고마웠소. 오늘까지도 진심이오”라고 울먹이는 고애신에게 김희성은 “믿소. 그대가 한때 내 진심이었으니까”라고 말하고 깨끗하게 물러났다. 남자들은 사랑했던 여성과 헤어지는 변요한의 쿨함의 자세를 배워야 할 것 같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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