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 대첩’ 진짜 주역…오연지, 전웅태, 조광희, 김진웅

복싱,카누,정구,근대5종 떳떳하고 감동적인 金
사상 첫 여자복싱 금메달 오연지, 미녀 돌주먹
金 자만 않고 더노력 카누 조광희, AG 2연속 金
근대 5종 전웅태, 와신상담 16년만에 金 되찾아
‘9.1 대첩’ 한일전 첫 승은 알고 보면 남자 정구
비인기종목 홀대한 체육당국, ‘AG 대참사’ 직면

[헤럴드경제=함영훈기자] 손흥민과 이정후의 금메달은 축하받아 마땅하며, 온 국민은 갈채를 보냈다. 그러나….

야구, 축구 선수들보다 더 박수를 받아야 할 선수들이 있다. 바로 복싱의 오연지, 카누의 조광희, 근대5종의 전웅태와 이지훈, 남자 연식정구팀 등 ‘9.1대첩’의 날 음지에서 묵묵히 금빛 영광을 조국에 새긴 영웅들이다.
 

사상첫 여자복싱 금메달리스트 오연지 [연합뉴스]

오연지는 사상첫 여자복싱 금메달을 일궈냈다. 남자경기만 열렸던 1986 서울아시안게임 전체급 금메달의 금자탑은 온데간데 없이 이번 대회 남녀 통틀어 전멸할뻔했던 한국복싱의 유일한 금메달이다.

9.1 대첩 한일전 금빛 첫승은 남자 정구 단체전이었다. 김진웅, 김동훈, 김기성, 김범준, 전지헌으로 구성된 남자 정구 단체전 우리 대표팀은 결승에서 일본을 2-0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진웅은 연식정구에서만 2관왕에 올랐다.

언듯 탤런트 복서 이시영 느낌이 드는 미모의 오연지(인천시청)는 묵직한 훅과 날카로운 스트레이트로 결승전 상대를 압도하며 한국 여자복싱 사상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냈다. 승리를 확정지은 뒤 오연지는 철부지 처럼 펑펑 울었다. 땀에 젖은 트렁크가 아래로 축 처졌지만 태극기를 들고 울먹이며 체육관을 도는 그녀의 모습은 고난을 영광으로 만든 개척자의 감동을 자아냈다.
 

금메달을 딴 뒤 더 노력해 인천 대회 때 보다 2위와의 간격을 
더벌려 2회 연속 우승한 카누의 조광희 [연합뉴스]

카누의 조광희(울산시청)는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이며 뱃머리를 가장 결승점에 도달시켰다. 아시안게임 2연속 우승이다. 비인기종목의 설움을 딛고, 금메달을 따고도 자만하지 않은 채 꾸준한 고강도 훈련을 했기에 4년전 보다 더 좋아진 기량으로 우승한 것이다. 2위와의 뱃머리 차가 꽤 났다.
 

16년만에 고국에 금메달을 다시 선사한 전웅태와 동료와 함께 노력해 은메달을 딴 이지훈 [연합뉴스]

전웅태(광주광역시청)가 따낸 근대5종 금메달은 16년만에 일궈낸 것이다. 전웅태의 뒤를 이어 팀 동료인 이지훈(제주특별자치도청)이 은메달까지 챙겼다. 2002년 사이안게임에서 김미섭, 양준호 두 한국 선수가 금, 은메달을 나눠 가졌다. 전웅태-이지훈이 선배들의 영광을 복원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한 덕분이다.

경쟁국에 비해 출전 선수의 ‘체급’ 자체가 월등했던 축구, 야구 우승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한다. 아이러니컬 하게도 이들 인기 구기종목에 비해 수십배 많은 금메달이 걸린 비인기종목에 대한 무관심은 한국 스포츠 전체의 실패를 낳았다.
 

김진웅, 김동훈, 김기성, 김범준, 전지헌 등 남자 정구단체전 한국선수들 일본을 누르고 금메달을 딴 뒤 코트에서 기뻐 날뛰고 있다. [연합뉴스]

24년만에 아시아 3위로 떨어진 ‘아시안게임 한국 대참사 in 자카르타’ 사태는 거시적으로 보면 비인기종목에 대한 홀대 때문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근대5종, 카누, 연식정구, 복싱 등 비인기종목 메달리스트는 야구, 축구 선수들 보다 훨씬 떳떳하고 당당하며 감동적이다.

“아시안게임에 못 온 선수들에게 미안하고 감사하다”는 어느 축구지도자의 말은 인기있는 구기 종목 협회와 지도자들이 스스로 ‘떳떳치 못한 구석’을 반성하는 계기여야 한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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