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투자다]기업 투자위축 심화, 경제엔진이 식는다…고용-소득 부진 장기화 우려


기계 수주 등 선행지표 급락…경기침체 가속화 가능성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기업들의 투자위축이 심화하면서 우리경제의 ‘엔진’이 식어가고 있다. 특히 당장의 설비투자는 물론 가까운 미래의 투자 전망을 보여주는 기계류 출하ㆍ수주 등 선행지표가 급락하면서 경기부진이 가속화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기업들이 새로운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추진하면서 기업들의 투자 촉진책이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진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들의 투자위축이 지속되면 민간부문의 일자리 창출이나 소득 개선도 기대하기 어렵다. 투자 위축에 따른 고용ㆍ소득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다시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는 악순환 가능성이 더 커지는 상황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 동향에서 설비투자가 20년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최장 기간인 5개월(올 3~7월) 연속 감소해 충격을 주었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향후 설비투자 향방을 보여주는 선행지표들이 줄줄이 급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기업들의 국내 설비투자 전망을 보여주는 기계류 내수출하는 올 3월 이후 6개월째 전년동월대비 마이너스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중기적으로 보면 기계류 내수출하는 지난해 1~3분기에만 해도 전년동기대비 14.4~20.0%의 매우 높은 증가세를 보였으나, 지난해 4분기에 -4.1%의 감소세로 돌아선데 이어 올 1분기(-0.1%)와 2분기(-5.2%)까지 3분기 연속 감소세를 지속했다.

설비투자 전망을 보다 실제적으로 보여주는 국내기계 수주는 올 6월(-13.4%)과 7월(-6.2%) 2개월 연속 감소했다. 국내기계 수주 역시 지난해 1~3분기에만 해도 전년동월대비 21.1~31.3%의 높은 증가세를 보였지만, 지난해 4분기와 올 1분기 증가율이 4%대로 줄어든 데 이어 2분기에는 -0.7%의 감소세로 돌아섰다. 기계 수주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은 투자 수요가 그만큼 줄었다는 얘기다.

이는 지난해 이후 국내 설비투자를 주도해온 반도체 분야의 설비 증설이 올 상반기에 대부분 마무리된 이후 이를 이을 새로운 투자처나 업종이 등장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수출입 동향을 보면 반도체 제조용 장비 수입액은 6월(-34.0%)과 7월(-68.6%)에 이어 8월에도 -66.1%의 격감세를 보였다. 이를 포함한 자본재 수입액 역시 지난달 17.2% 줄었다. 지난달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은 8.7%, 수입은 9.2% 동반 증가세를 보였지만, 실제 기업들의 활력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는 악화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기업 설비투자 전망이 악화되는 것은 반도체를 제외한 주력 제조업의 위축과 서비스ㆍ4차 산업혁명 관련산업 등 신성장 산업의 창출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의 질과 소득분배 개선을 위한 인적 투자를 확대해 경제 패러다임 전환을 추구해온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1년째 지속되면서 투자가 상대적으로 소홀이 취급된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물론 기업들은 정부의 투자 촉진책 여부와 상관없이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외부 자금을 동원해서라도 투자를 확대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경기위축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투자 판단을 기업에만 맡길 수 없다는 지적이다.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에 대응해 우리 경제의 활로를 개척할 통상 및 산업정책을 통해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하는 한편, 장애물을 제거함으로써 우호적인 투자 환경을 만드는 것은 정부의 몫이라는 얘기다. 김동연 경제팀이 최근 역점을 두고 있는 혁신성장에 가속도를 내고, 바이오ㆍ의료 등 서비스와 4차 산업혁명 등 미래산업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기업 투자 유인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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