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 맛평가? 목넘김까지 따져요”“생수 목넘김까지 따져요””

지난 28일 오후 이마트 피코크 상품 관련 관능검사가 이뤄진 숙명여대 순헌관 내 한 강의실 모습.

이마트 ‘피코크’ 관능검사 현장 가보니
오감이용 식료품·향료·주류 등 평가
개발중 신제품, 경쟁력 여부 판단 활용
단순 ‘맛있다’ 아닌 전문패널 분석 중요

소주잔 크기의 컵에 담긴 붉은색 스무디가 강의실 각 테이블에 놓였다. 막간을 이용해 담소를 나누던 20여명의 패널들이 일제히 조용해졌다. 이들은 빛깔이 조금씩 다른 스무디 세 잔을 조금씩 맛보기도 하고 향을 맡기도 하면서 평가 문항이 빼곡히 적힌 종이를 채워갔다.

지난달 28일 오후, 이마트 자체 브랜드(PB) ‘피코크’의 신제품 관련 관능검사가 진행 중인 숙명여대 순헌관 내 연구실을 찾았다. 관능검사란 사람의 오감(五感)을 이용해 식료품, 향료, 주류 등의 품질을 평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마트는 2014년부터 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와 손잡고 식품영양학 석박사, 요리연구가 등으로 구성된 패널들이 참석하는 관능검사를 매달 4회 가량 실시해왔다. 개발 중인 신제품이 타사 상품과 비교해 경쟁력 있는지를 판단하거나, 이미 출시된 상품을 개선하는 데 관능검사 결과가 활용된다.

이날은 스무디 2종(옐로우 3종, 레드 3종)을 대상으로 관능검사가 진행됐다. 스무디 한 잔을 두고 기호도, 외관, 향미(香味), 조직감 등 카테고리에서 총 19개 문항 평가가 이뤄졌다. 패널들은 단맛, 신맛, 쓴맛 정도부터 색상 진하기와 입자가 고른 정도, 구매 의사까지 세부 항목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데 매진했다.

기자도 패널들 틈에서 관능검사에 참여해봤다. 스무디 세 잔을 받아들고 거듭 맛을 보고 향을 맡았다. 단맛과 신맛 정도, 묽은 정도 등은 비교적 빨리 작성했지만 목넘김의 부드러운 정도, 맛의 균형 정도 등 까다롭게 느껴지는 항목에선 한참을 망설였다. 쓴맛 정도도 평가해야 했지만 스무디의 달달한 맛이 입안에 퍼지자 쓴맛을 가려내긴 어려웠다. 이미(異味ㆍ색다른 맛)와 이취(異臭ㆍ이상한 냄새) 정도 등의 문항은 용어 자체가 생소해 평가에 애를 먹었다.

관능검사에 참여하는 패널들은 맛 평가에 고도로 훈련된 인력이다. 한영실 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관능검사는 기계가 분석할 것을 인간의 오감으로 하는 것인 만큼, 일반적으로 정성적 평가에 익숙한 인간이 정량적 평가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했다. 설탕을 맛보고 그저 ‘달다’가 아닌 단맛의 정도를 척도법으로 테스트하는 식이다. 오미(五味) 기본 테스트부터 레몬주스 외관을 딸기주스처럼 보이게 해 맛을 분간케 하는 등의 테스트도 진행한다. 시각적인 부분을 우선 인지해 뇌가 맛을 혼동할 수 있는 점을 겨냥한 것이다. 이같은 외부자극에 휘둘리지 않는 패널을 선별해 관능검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 교수는 설명했다.

물론 패널들도 매번 평가가 수월한 것은 아니다. 2014년부터 관능검사에 참여해온 정이지(31) 한영실교수 맞춤식품연구실 선임연구원은 “아무래도 맛의 미묘한 차이가 크지 않은 물이나 커피 등을 관능할 때가 가장 어렵다”고 했다. 생수도 다른 식품과 마찬가지로 목넘김의 부드러움부터 미네랄 함량에 따른 이미 정도, 비린내 등 이취 정도까지 평가해야 한다. 각자 컨디션이나 심리상태 등이 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패널들이 최대한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이마트는 이날 관능평가에 대한 통계분석과 평가 의견 등이 포함된 최종 결과 보고서를 전달받으면 이를 신제품 개발에 활용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관능검사를 거친 이마트 피코크 제품만 150여종에 달한다. 한영실 교수는 “단순히 사람들 입맛에 맞춰 맛있다는 소리를 듣는 건 어렵지 않다”며 “사람들이 먹는 것에 대해 정량적, 정성적, 기계적 평가를 다 해서 객관적 데이터를 얻고 맛을 컨트롤해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혜미 기자/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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