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메이, 메르켈…그들에게 아프리카는 ‘행운의 열쇠’

[사진=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정치인 무함마두 부하리 나이지리아 대통령, EPA 연합뉴스]

英ㆍ獨ㆍ中 잇따라 아프리카 정상들과 ‘만남’
메이는 브렉시트…메르켈은 이민문제 ‘돌파구’ 마련
일대일로 총력 中, 아프리카 53개국 초청 협력 포럼
CNN “강대국 진출 속 미국만 손 놓고 있어”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무려 53개국의 아프리카 정상들을 베이징으로 불러들였다. 비슷한 시기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아프리카로 날아갔다. 중국으로선 아프리카가 일대일로(一帶一路, 아시아ㆍ유럽ㆍ아프리카를 육ㆍ해상으로 연결하는 중국주도의 경제벨트 구축전략)와 반미전선 확대의 중요 기지다. 영국으로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새로운 경제 동력을 아프리카에서 찾고 있다. 독일은 잠재력 높은 유력 투자지역이자 난민 문제의 ‘돌파구’다. 아프리카가 주요 열강에게 ‘행운의 열쇠’로 떠오르고 있다.

먼저 메이 총리는 지난달 28일부터 사흘 일정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 나이지리아, 케냐 등 3개국을 순방했다. 메이 총리는 첫 순방지인 남아공에서 “2022년까지 영국이 주요 7개국(G7) 중 아프리카 1위 투자자가 되길 바란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번 순방에서 우후루 케냐타 케냐 대통령이 “어떤 영국 총리도 지난 30여년 간 케냐를 방문한 적이 없다”고 할 정도로 그동안 아프리카에 대한 영국의 외교 홀대는 두드러졌다. 메이 총리가 돌연 아프리카행을 택한 것은 약 8개월 앞으로 브렉시트와 관련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브렉시트 이후에도 수출을 받쳐줄 시장을 확보하는 동시에 아프리카와의 관계 형성을 통해 다른 강대국을 견제하겠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다. 메이가 방문한 3개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총 7700억달러(약 857조원)로 네덜란드와 맞먹는다. 특히 나이지리아는 대륙 내 인구가 가장 많은 서아프리카의 맹주이며, 주요 석유 생산국이기도 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메이 총리가 아프리카 최대 경제국과 EU 탈퇴 이후의 협력관계를 논했다”며 “브렉시트 이후 ‘글로벌 브리튼’이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라고 전했다. 

[사진=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마키 살 세네갈 대통령, EPA 연합뉴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그 뒤를 따랐다. 난민문제 해결과 경제 협력에 초점을 두고 지난 29일부터 사흘간 세네갈, 가나, 나이지리아를 찾았다. 메르켈 총리는 순방 첫날 세네갈에서 “현지 경제 발전만이 대규모 이민행렬을 막아줄 수 있을 것”이라며 “젊은이들이 이곳에서 일할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 6~7월 아프리카 난민 포용정책을 둘러싼 대연정 내분 등으로 국내 정치에서 수세에 몰렸다. 대외적으로는 반(反) 난민을 기치로 내건 헝가리,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정부와 충돌을 빚고 있다. 이는 EU 최대 경제국이자 리더십 중심 국가인 독일의 위상을 깎아내리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순방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비교적 경제 사정이 낫고 영향력이 큰 나라를 지원, 역내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의소리(VOA)방송은 “메르켈 총리는 순방에서 유럽으로 위험한 여정을 떠나는 난민들의 근원지부터 추가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사진=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테오도로 오비앙 응게마 적도기니 대통령. EPA 연합뉴스]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외교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그간 서구의 영향력이 강했던 아프리카를 ‘우군’으로 끌어들이는 데 한창이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달 아프리카를 순방한데 이어 3~4일 베이징에서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 정상회의’를 연다. 3일 개막을 맞아 53개국의 아프리카 지도자들이 중국을 찾았다.

시 주석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겨냥한 발언으로 손님들을 맞았다. 시 주석은 2일 알파 콘데 기니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다자 무역 체계 수호와 아프리카 평화 안전문제에서 긴밀히 소통해 양국과 개도국의 이익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시 주석은 지난 7월 세네갈, 르완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을 방문해 경제협력을 약속하며 ‘보호주의 반대’라는 동의를 이끌어냈다.

중국은 경제 성장에 따라 자원 수요가 급격히 늘면서 1990년대부터 아프리카 자원외교에 뛰어들었다. 또 일대일로 정책을 연계해 돈을 쏟아 붓고 있다.

중국은 지난 9년간 아프리카 최대 교역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교역액은 1700억 달러(약 190조원)에 달한다. 중국에서 부채를 조달하는 아프리카 국가도 갈수록 늘고 있다. 케냐는 총 대외부채의 21%를 중국에서 조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미국의 아프리카 배제 경향 속에서 이 지역 내 중국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미 CNN 방송은 ‘트럼프 주의하라, 중국이 눈앞에서 아프리카를 채가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아프리카의 중심인 나이지리아만 하더라도 늘어난 젊은 인구를 위한 일자리, 먹거리, 인프라 등이 요구되는 상황이며 미래의 전기자동차에 필수적인 란타넘, 세륨, 네오디뮴 등을 보유하고 있다”며 “중국과 인도 등이 이를 두고 경쟁을 벌이는 동안 미국은 손을 놓고 있다”고 보도했다.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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