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선제적 구조조정 필요한데”…기촉법 처리 불발, 누구를 위한 국회인가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 일몰로 인한 ‘공백 기’가 두 달을 넘어서고 있다. 채권단은 물론 구조조정 대상 기업 모두가 큰 혼란에 빠져 있다.

기촉법은 2001년 한시법으로 제정된 후 지난 17년 동안 네차례 연장됐고, 지난 6월30일로 일몰 폐지된 상태다. 이에 지난달 대한상공회의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중기중앙회 등 기업인들은 일제히 기촉법 일몰시한 연장을 간절히 요구하며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재입법에 대한 경제계 의견’을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국회는 끝내 법안 통과를 무산시켰다. 정무위는 법안소위를 열어 5년 한시법으로 ‘기촉법 재입법’을 결정했지만, 법사위에서 제동이 걸렸다.

기업인들은 실망을 넘어 절망감을 느낀다. 소관 상임위를 통과하며 여야간 공감대를 형상한 법안이 일부 법사위원의 반대로 발목이 잡힌 데 대한 아쉬움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당장 9월 정기국회에 기대를 걸어볼 수 있다지만 국정감사, 인사 청문회 등으로 법안 심사가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워크아웃은 은행 등 금융기관으로부터 신규 대출을 받을 수 있고, 상거래채권이 살아있어 협력업체의 부도사태를 막을 수 있어 합리적인 구조조정 수단으로 꼽혀 왔다. 하지만 기촉법이 없으면 무용지물로 전락한다. 결국 자율협약이나 신규 자금 지원을 강제할 수 없고, 모든 채권자가 의사결정에 참여해 신속성이 떨어지는 법정관리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워크아웃을 진행한 기업들은 145곳 중 61곳이 회생해 성공률이 42.1%에 달했다. 반면 법정관리기업은 102곳 중 28곳만 회생해 성공률이 27.5%에 그친다. 또한 기업은행이 관리한 구조조정 대상 기업 중 약 75%가 워크아웃을 선호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기촉법 공백기가 길어지며 경영난에 봉착한 기업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워크아웃 부재로 파산하는 기업이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감도 크다. 이미 국내 기업들의 부실징후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2,3차 협력 업체들을 중심으로 주력 제조산업의 경쟁력 약화로 한계 기업이 속출하며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과거 어느때보다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인 기업 비율은 지난해 30.9%에 달했다. 기업 10곳 중 3곳이 영업활동으로 돈을 벌어 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금융비용)이 1.0 미만인 중소기업은 44.1%에 달한다. 중소기업 10곳 중 4곳 이상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기업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지난달 74로 한 달 전보다 1포인트 하락하는 등 기업 체감경기는 18개월 만에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BSI는 작년 4월 이후 1년가량 80 안팎을 유지하다가 지난 5월 이후부터 가파른 내리막길을 타고 있다.

8월 임시국회의 기촉법 처리 불발은 이런 기업의 엄중한 현실을 국회가 직무유기로 외면한 처사라는 비판이 잇따른다. 비난의 화살은 특히 ‘경제 논리’를 ‘정치 논리’로 뭉개고 있는 법사위로 향하고 있다. 과거에도 소관 상임위에서 전문성을 갖고 심사를 마친 법안들이 법사위에서 정쟁으로 발목이 잡힌 사례가 빈번했다. ‘옥상옥’, ‘월권’ 등의 수식어가 법사위 앞에 붙는 이유다.

이번 ‘기촉법 사태’는 최근 잠잠해진 ‘법사위 개혁론’에 다시 불을 짚히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국회는 주지해야 할 것이다. nic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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