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톡톡] ‘유리’처럼 투명해지는 회계기준…업계, 신약개발 동력 떨어질까 ‘전전긍긍’

[설명=제약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비에 대한 회계기준이 곧 마련될 예정이다. 업계에선 환영의 목소리도 있지만, 일각에선 이로 인해 신약개발의 동력이 떨어질까 우려하는 등 엇갈린 시각도 나온다. 사진은 관련 이미지.]

-금감원, 제약바이오 기업 회계처리 기준 마련
-연구개발비 자산 시점 정해 시장 혼란 막겠다는 것
-일부 환영 속 일각 “투자 줄어 신약개발 곤란할 것”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회계처리 기준이 보다 투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깜깜이’라고까지 불리며 기업이 제멋대로 자산에 포함하기도 했던 연구개발비는 앞으로 구체적인 회계기준에 따라 자산화 시점이 명확해진다. 제약바이오주의 널뛰기로 출렁이는 증권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할 ‘묘책’이 될 수도 있지만 업계는 자칫 투자자들의 외면으로 신약개발을 위한 동력이 사라질까 속앓이를 하고 있다.

금감원, 9월 중 연구개발비 회계처리 기준 마련=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30일 ‘제약바이오 기업 회계처리 투명성 관련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에는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 금감원 부원장,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등은 물론이고 제약바이오 관련 업체 임원과 빅4 회계법인, 공인회계사회 등 전문가 26명이 참석했다.

간담회를 주재한 김용범 부위원장은 “제약바이오 산업은 매년 5% 이상 성장하는 유망산업이지만 최근 업계의 연구개발비 회계처리가 글로벌 관행과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며 “현재 증권 시장에서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투자자 보호 필요성과 일부 기업의 회계처리 문제로 인한 업계 신뢰 문제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어 명확한 연구개발비 회계처리 기준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했다.

현재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연구개발비 해석은 자의적인 측면이 있다. 국내 모든 상장사는 국제회계기준(IFRS)을 따르고 있다. 하지만 기업이나 감사인은 이 회계기준을 바탕으로 기업의 상황에 따라 회계처리에 대한 부분을 스스로 판단하고 있다. 일률적인 기준이 없다는 의미다.

김 부위원장도 “국제회계기준을 도입한지 8년째이지만 아직 우리 기업들은 국제회계기준에서 강조하는 ‘원칙중심’의 의미에 대한 이해나 적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특히 신약개발과 같이 새로운 사업에 투자하는 경우 회계기준을 적용하는데 있어 상당한 시행착오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글로벌 제약사 기준처럼 엄격하지는 않을 듯=한편 이달 중 마련될 제약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비에 대한 회계기준이 글로벌 기준처럼 매우 엄격할 것으로는 예상되지 않는다.

이는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특수성을 감안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오랫동안 복제약을 생산하는 방식을 택해왔고 이에 따른 회계처리를 해왔다”며 “이런 국내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즉시 글로벌 제약사의 회계처리 기준과 동일하게 하라고 요구한다면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연구개발(R&D) 지출규모는 글로벌 기업에 비해 크게 낮은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미국 화이자제약이 R&D에 8조6000억원을 쏟아부은 반면 셀트리온이 R&D에 투자한 금액은 2000억원 정도다. 그나마 셀트리온은 국내 기업 중 R&D 투자 비중이 높은 기업에 속한다.

금감원도 이번에 마련할 기준을 당장 모든 제약바이오 기업에 일률 적용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감원 측은 “개별 상황에 따라 다른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며 “다만 이 경우 객관적인 입증을 위한 노력은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업계는 속앓이 중=한편 업계에서는 환영과 우려의 의견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우선 환영의 메시지를 보내는 기업들은 명확한 회계기준이 진작부터 필요했다는 입장이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제약사 중에는 이미 연구개발비를 비용으로 처리하는 보수적인 회계기준을 적용하는 곳이 대부분”이라며 “일부 바이오 벤처가 임상 초기임에도 연구개발비를 자산화시키는 바람에 시장에 혼란을 줬고 이것이 업계 전체의 신뢰도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했다.

즉 이미 여러 제약바이오 기업이 국제회계기준을 따르고 있음에도 일부 기업의 돌출행위가 업계 이미지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이에 보다 명확한 회계기준이 시급히 제시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이런 금융당국의 조치가 자칫 재무상태 악화로 인한 투자 위축으로 확산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연구개발비의 자산화 기준이 보수적으로 바뀌면 기업의 재무상태는 나빠질 수 밖에 없다. 재무상태를 보고 투자를 하는 투자자는 관심을 거둘 수 있고 이렇게 되면 신약개발을 위한 투자금 확보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 특성상 연구개발 단계부터 상품화가 될 때까지 오랜 기간이 필요한데 자금여력이 부족한 기업의 경우 상장유지, 자금조달 등의 이유로 연구개발비의 비용처리에 대한 부담이 크다”며 “이로 인해 일부 기업은 주력 사업이 아님에도 단기간 매출을 낼 수 있는 사업을 하다 연구개발에 집중하기 어려워진다”고 했다.

금감원은 업계의 이런 우려에 대한 대안도 제시했다. 금감원 측은 “연구개발비를 보수적으로 회계처리할 경우 재무상태 악화에 따른 상장 퇴출 등을 우려하는 기업도 있을 것”이라며 “기업의 재무상황을 잘 알린 기업이 불합리한 상장 관련 제도로 인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거래소와 제도 개선에 대해 검토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우려가 가시지 않는다. 더구나 지난달 금감원은 ‘제약바이오 기업의 공시 정보 강화’까지 추진하며 제약바이오 기업의 회계기준에 대해 돋보기를 꺼낸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시 정보 강화에 회계기준까지 까다롭게 되면 어려운 신약개발의 길을 가려는 제약사가 더 줄어들 수 밖에 없다”며 “신약개발 지원을 위한 제도 마련도 함께 있어야 신약개발을 통해 제약강국의 실현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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