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바세나르 협약…민노총라는 山 넘을 수 있을까

-임금 동결 및 정규직 과보호 해소 통한 노동 유연성 확보 과제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한국판 바세나르 협약(Wassenaar Agreement)이 다시 한 번 추진된다. 10월 노사정 대표 단체가 모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출범이 그 시작이다.

‘임금 동결’과 ‘고용 확대’를 큰 축으로 하는 바세나르협약의 관건은 사실상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에 달려있다. 임금 동결과 노동 유연성 확대라는 소위 노동 개혁에 반대해온 노동자 단체들이 이를 받아드리지 않는 한, 과거 정부들의 ‘노사정 위원회’처럼 사실상 유명무실한 실패작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1982년 네델란드의 ‘바세나르협약’을 언급했다. 이 대표는 “빔콕 노총위원장의 결단이 네델란드의 사회 갈등을 해결하는 역사적 합의를 이끌어냈다”며 “우리도 10여 년간 표류해왔던 노사정위원회를 대체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오는 10월 공식 출범을 앞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바세나르 협약은 1982년 네델란드 바세나르에서 최종 타결된 노사정 대타협이다. 노조의 임금 동결과 기업의 노동시간 단축 및 고용확대, 정부는 재정 지원 확대를 골자로 하고 있다.

이 협약은 소위 ‘네델란드 병’, 즉 고성장 직후 임금 및 물가 상승과 제조업 및 기업 경쟁력 상실의 후유증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 주도로 이뤄졌다. 당시 네델란드는 12%에 달하는 전체 실업률과 30%대의 청년 실업률, 연 5~15%대의 반복되는 높은 임금인상, 정부의 과도한 복지 재정 지출로 기업 경쟁력은 날로 악화되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

이에 루드 루버스 총리는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임금 인상 자제, 노동시간 단축, 일자리 분배를 통한 고용 창출, 사회보장제도 개혁 등 78개 사항의 바세나르 협약을 강행했다. 이후 네덜란드는 최저임금과 공공부문 임금을 동결하고, 시간제 고용 확대를 통한 일자리 나누기 방식을 도입했다. 그리고 정부가 재정 및 세제로 이 협약을 지원한 결과, 네덜란드는 재정안정ㆍ고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이 대표도 이런 과정을 주목했다. 이 대표는 “변화는 국민의 삶 곳곳에 고통을 불러오고, 지금 상황을 방치해서는 돌이킬 수 없는 사회적 갈등이 발생할 것”이라며 “사회적 대타협만이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고 서민경제에 활력을 일으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과 정부의 희생만이 아닌 노조의 희생과 양보가 더해져야만 현 상황을 탈출할 수 있다는 절박감이다.

문제는 노조다. 주 52시간제도의 전격적인 시행과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으로 기업 및 고용자 측의 희생이 상당부분 진행 중인 만큼, 향후 논의는 기존 노조의 양보에 초점을 맞출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 대표가 말한 대로 과거 정부에서도 수 차례 노사정 위원회를 구성, 비슷한 내용의 절충을 시도했지만 민주노총 등의 반발에 제대로 된 대화조차 하지 못한 바 있다. 상급노조의 주축인 대기업 정규직의 고용보장 문턱을 낮추고, 대신 비정규직의 처우를 올리는 방식으로 고용 유연성을 확보하고, 대신 노동시간 단축 및 고용 확대를 이끄는 방안에 노조가 쉽게 동의하기 힘든 것이 이유다.

이 대표는 “20% 이상 치솟던 청년실업문제 해결을 위해 노동계의 양보를 이끌어 냈다”며 “노조와 기업, 정부의 대타협으로 50% 선이던 고용률을 75%까지 늘려 재정 안정과 10년 이상 고성장의 문을 열었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choijh@heraldcorp.com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