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쏟아지는데 들어가라고?”…싱크홀 공포에 가산동 주민들 입주거부

76세대 중 70세대 외부서 숙박
“눈앞 싱크홀, 불안하고 무서워”

지난달 31일 대규모 땅 꺼짐 사고가 발생한 서울 금천구 가산동 공사현장 인근 아파트 주민들의 외부 생활이 장기화 되고 있다. 3일 밤 내린 폭우로 해당 동 주민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졌다. 대다수 주민들이 4일 오전까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외부에서 숙박을 해결하는 모습이었다.

금천구청은 지난 2일 해당 공사현장 근처 지반이 안정적인 상태로 파악됐다며 귀가해도 좋다고 밝지만 주민 다수는 귀가 대신 이재민 임시주거시설과 숙박업소 등 외부에서 거주하고 있다. 금천구에 따르면 지난 2일 오후 이후 집으로 돌아간 세대는 76세대 중 6세대 뿐이다.

주민들은 특히 3일 오후 내린 비소식으로 상황이 악화되는 것은 아닌지 불안을 거두지 못하며 밤을 지새웠다.

피해 아파트에 거주하는 김모(51) 씨는 “폭우를 대비해 설치한 방수포 곳곳에 3일 오후부터 벌써 물이 고인 곳이 있더라”며 “구청에선 안전하니 들어가도 된다지만 눈앞에 푹 꺼진 싱크홀을 두고 누가 들어가고 싶겠냐”고 하소연했다. 안심하고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주민들 사이에선 10월말까지 외부에서 생활할 수 있게 지원해달라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주민들 중 거동이 불편한 노인 세대는 갑작스런 피난생활에 특히나 불편을 겪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오피스텔 공사장 시공사인 대우건설이 인근 호텔 숙박비와 식대 등을 지원하고 있지만 식대 1만원를 훌쩍 초과하는 호텔식 가격 탓에 매 끼니 외부 식당으로 나가 식사를 해결하느라 곤란을 겪고 있다. 이에 일부 노인들은 차라리 호텔이 아닌 아파트 노인정에서 지내고 있을 정도다.

해당 아파트에는 한때 가스마져 끊겨 불편을 겪어야만 했다. 필요한 물건들을 가지러 잠시 집에 들어갔다 나온 주민들은 가스가 끊겨 취사가 힘들고 온수조차 쓸 수 없어 생활하기 어렵다고 전하기도 했다. 4일 오전 현재 가스가 다시 공급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입주민에게선 “복구공사로 발생하는 소음과 빛 공해로 안정을 취하기 어렵다”는 하소연도 새어나왔다. 피해주민을 위해 마련한 임시숙소에 반려동물을 동반할 수 없어 우왕좌왕 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번 붕괴사고로 충격을 받은 세대는 인접한 세개 동 뿐만이 아니다. 붕괴현장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다른 인접동 주민들 역시 불안감을 호소했다.

같은 아파트 단지 주민인 B(68) 씨는 “집 베란다 창문으로 붕괴현장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탓에 가족들이 특히 놀라 불안해했다”며 “붕괴 당시 새벽엔 철근이 우당탕탕 밑으로 떨어지는 소리에 놀라 가스폭발로 착각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해당 아파트에서는 인접 세개동을 제외한 다른 동 주민들이 심리 지원을 받은 사례 역시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대우건설이 안전관리 의무를 소홀히 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경찰은 금천구청과 대우건설 등으로부터 자료를 받아 검토한 뒤 혐의점이 발견되면 수사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구청이 오피스텔 공사를 인허가한 과정이 적법했는지 등도 살펴볼 예정이다.

한편 해당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는 사고 발생 9일 전부터 도로와 주차장에 균열이 발생해 지난달 21일 금천구청에 오피스텔 공사를 중단해 달라는 민원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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