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공결제 사용하려면 생리일 입력?…갈길 먼 여성인권

“악용 막자” 전산화 놓고 잇딴 잡음
복잡한 신청절차 등 역차별 문제도

#. ‘생리공결제 전산화(온라인 신청제)’를 준비했던 한국외대 총학생회가 정제되지 못한 표현으로 학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제도의 취지를 설명하는 SNS 게시글에 적은 ‘생리기간 이외에 생리공결제를 사용하는 사례를 예방할 수 있다’는 표현이 논란이 됐다.

학생들은 “사용자인 여성을 비도덕적인 존재로 몰아가냐”면서 총학생회를 거세게 비판했다. 급기야 2학기부터 시작될 예정이던 생리공결제 전산화는 시행이 보류된 상황이다. 학교 측은 “총학생회와 협의를 통해 빠르면 이번학기 내, 늦으면 내년께까지 생리공결제 전산화를 도입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지난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로 시작된 생리공결제가 상당수 대학으로 확산돼 가는 추세지만, 그 시행 방식에 있어서는 여전히 잡음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리공결은 여학생들이 월경일 전후로 극심한 통증에 시달릴 경우, 정당한 사유로 강의에 빠질 수 있게 해주는 제도다. 도입한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한 학기당 많게는 5회에서 적게는 3회 가량의 생리공결을 허용하고 있다.

4일 기준 서울시내 30개 4년제 대학교(특수목적대학, 종교대학 제외) 중 생리공결제가 시행되고 있는 학교는 총 17곳이다. 국민대가 지난해 2학기부터 생리공결제도를 시행했고, 덕성여대와 서경대, 서울시립대(시범운영)도 지난 1학기부터 제도를 도입하는 등 최근들어 이를 채택한 학교들도 늘어가는 추세다.

하지만 학교마다 시행방식은 달랐다. 한 학교는 전산화를 통해 온라인 신청만으로 생리공결을 쓸 수 있고, 다른 학교는 사용시 교수에게 직접 신청서를 제출하거나, 매번 진단서를 떼어가야 한다. 이에 일부 학교에서는 생리공결 사용에 상당한 인권침해도 발생하고 있었다.

생리공결을 사용할 때 진단서를 제출해야 하는 국민대나 한양대의 경우 복잡한 절차 때문에 생리공결제를 사용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상당수였다. 경희대와 명지대, 연세대, 한국외대 등 학교는 학교 포털에서 직접 신청서를 출력해 교수에게 제출해야 했다.

대학들이 이런 엄격한 제도를 두고 있는 것은 ‘악용’을 막기 위해서다. 한양대는 지난해 양성평등센터를 통해 ‘생리공결 부정사용자 적발시 중징계 안내’ 공지를 게시했다. 학생들이 생리통이 없는 상황에서 허위로 진단서를 만들어 공결을 쓰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했기 때문이다.

서강대가 지난 2007년 생리공결제를 시행하다 폐지한 이유이기도 하다. 당시 제도를 악용하는 학생들 탓에 역차별의 문제가 발생했다.

생리공결제를 도입하지 않은 한 대학 관계자는 “제도를 도입하고 싶어도 악용 가능성이 항상 큰 숙제로 남았다”면서 “자체적으로 공결제를 시행해본 교강사들이 체험한 부정적인 경험들도 많았다”고 했다. 다른 대학 관계자도 “매달 고생하는 학생들을 위해 꼭 필요한 제도이지만, 악용에 대한 우려가 매번 회의때마다 걸림돌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생리공결제 자체가 효용이 큰 제도기에 빠른 정착이 필요하다며, 악용에 대해선 다른 방식의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도 “한국사회의 상당수 제도나 기관들은 남자의 몸을 중심으로해서 시스템이 짜여 있다보니 (생리공결제 논란등)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며 “한 달에 한번씩 배란통을 겪고 (월경)증후군 등도 겪게 되는 여성을 위해서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생리공결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성우 기자/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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