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정보공개’ 놓고 공수 뒤바뀐 與野

정권이 바뀌어도 그 행태는 언제나 반복된다. 정의를 부르짖으며 왕좌에 앉아도 그 속성은 변하기 힘들다. 국회도 마찬가지다. ‘당신들이 정권 잡았을 때도 그랬어’, ‘당신네도 안 그랬는데 우리가 왜!’ 여야가 바뀌고 공수가 바뀌면서 상대방을 겨냥했던 칼은 다시 자신을 향한다.

이 같은 속성이 대표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정부의 정보공개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이다. ‘국민의 알권리’를 내세우며 정보공개에 응하라던 목소리는 야당이 여당이 되는 순간 조금씩 잦아든다. 반대로 이를 방어하던 여당은 야당이 되면서, ‘국민의 알권리’ 대변자를 자처한다.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2017년 회계연도결산심사 소위원회(이하 소위) 오후 회의는 ‘청와대의 여론조사비용자료’공개를 놓고 여야의원들의 설전을 벌이다 예정보다 3시간이 늦어진 5시 30분께야 시작됐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청와대가 약속한 여론조사 비용 자료를 이날 오전까지 제출하지 않을 경우 오후 회의를 할 수 없다고 엄포를 놨다.

이날 청와대는 장제원 의원이 요구한 청와대 여론조사 비용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지난달 30일 열린 국회예산결산위원회도 공수가 뒤바뀐 여야 의원들의 입장은 더욱 생생하게 드러났다. 김성원 한국당 의원이 “국민 혈세로 여론조사를 해놓고 그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전”이라고 선공을 날렸다.

이에 박완주 민주당 의원은 “청와대 여론조사에 한국당이 민감한 것은 도둑이 제 발 저린 격이다. 불법적으로 여론조사를 하는 웃긴 짓거리를 한 게 바로 박근혜 정부”라며 “단 한 번이라도 다른 정부가 여론조사 경비 내용을 밝힌 적이 있다면 문재인 정부도 밝히면 된다”고 맞받았다. 과거를 망각한 전형적인 ‘내로남불’ 공방이다.

다른 자료 제출을 놓고도 상황은 비슷하다. 기자는 지난해 문재인 정권 출범 직후 한국당 정양석 의원실을 통해 ‘청와대의 외부인 출입기록’ 자료를 요청한 적이 있다. 이에 청와대는 “출입기록에는 방문자의 성명, 주소, 주민등록번호 등의 정보가 명기토록 하고 있기에 개인의 동의 없이 임의로 제출할 경우 사생활의 비밀 및 자유를 침해하는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관련 정보 제공의 대외 공개가 곤란함을 양해 해주시기 바란다”며 정보 공개를 거부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이 청와대에 출입기록 자료를 요청했을 때 청와대가 내놓은 답변과 비슷하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특수활동비 예산 공방은 내로남불의 ‘화룡점정’ 격이다. 지난 정부의 특활비는 적폐지만 우리 정부의 특활비는 심지어 크게 늘리면서도 공개할 수 없다는 여당에 대해 야당은 본격적인 심사 전부터 단단히 벼르고 있다.

앞서 특활비가 논란이 되자 국회는 내년부터 대부분 삭감하기로 했다. 여기에 정부도 표면적으로는 찬성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정부의 특수활동비를 대폭 삭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막상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보면 전체 특활비는 올해보다 9.2% 줄어드는데 그쳤다.

심지어 청와대 상납과 여론조작 논란이 국정원 특활비는 올해보다 100억원 가량 늘어났다.

올해초 국정원 특활비를 ‘적폐’로 규정하고 특활비의 범위를 제한하는 법안까지 냈던 민주당의 입장과도 상반된 결과다. 정기국회에서 예산심사가 본격화 되면, 국정원 특활비를 놓고 공수가 뒤바뀐 여야의 공방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오랫동안 쌓여온 폐단. ‘적폐’의 사전적 뜻이다. 적폐청산은 문재인 정권이 출범 이후 지금까지 가장 우선적으로 해온 작업이기도 하다. 정권이 바뀌어도, 여야가 바뀌어도 똑같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면 그것은 적폐다. 적폐는 이쪽 진영에도, 저쪽 진영에도 있다. 한 쪽의 적폐만 찍어 도려내려 한다면, 여야가 바뀌면 혹은 정권이 바뀌면 적폐청산 작업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cook@heralde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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