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 스타트업] 100억 부도 뒤 7전8기…집닥 박성민 대표

집닥 김성민 대표가 기자와 만나 그동안의 사업얘기를 들려주고 있다.

신용불량자에서 누적 거래액 1200억 스타트업 키워

“신용불량자 시절 겨울일 겁니다. 강남 노상에서 어묵 있지요. 500원인줄 알고 2개 먹었습니다. 주머니에 딱 1000원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보니까 이게 700원 인 거에요. 400원이 모자라잖아요. 아이고 어떡합니까. 그래서 아주머니께 ‘제가 지금 현금이 없는데 뽑아서 드릴게요’ 하고 도망쳤어요. (웃음) 그리고 이듬해 돈 벌어서 몇 배로 다시 드리면서 ‘그때 죄송했습니다’ 하고 다시 어묵 먹었습니다.”

툭툭 짧게 끊어치는 경상도 사투리 속 재밌는 이야기를 할 때면 터지는 너털웃음. 인테리어 중계 플랫폼 ‘집닥’의 김성민 대표에게선 건설 현장의 느낌이 풍겼다. 짧게 깎은 머리에 구릿빛 피부. 안경을 썼지만 현장 냄새는 가려지지 않았다. 7전8기 끝에 월 거래액 100억원의 대박을 친 김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 대표의 사업 재능은 유년시절부터 시작했다.

“그때는 초등학교 아니고 국민학교죠. 아버지께서 컴퓨터를 사주셨어요. 그래서 이것저것 두들기면서 코볼, 베이직, C 이런 컴퓨터 언어 있지요. 그게 너무 재밌는 겁니다. 그래서 그거를 혼자 공부하고. 그때 서점에 컴퓨터 언어를 가르치는 책들이 쭉 있는데 이게 애들 수준으로 보기엔 너무 어려운 겁니다. 그래서 제가 공책에 프로그래밍 언어 공부한 거를 하나하나 적어서 학교 가서 애들한테 팔고 그랬지요.”

김 대표는 중고등학교 시절 컴퓨터 동아리 써클 활동을 했다. 부모님의 눈에는 김 대표가 컴퓨터 오락을 하는 걸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반항심에 김 대표는 학업에 손을 놔 버렸다. 인테리어 업무를 하시던 부친은 그렇게 놀 거면 사람이나 되라며 김 대표를 끌고 다녔다.

“잡부라고 하지요? 미장하시고 하는 분들 옆에 쓰레기 줍고, 벽돌 나르고.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새벽 다섯 시에 나가서. 주말도 없이 했지요. 아버지한테 용돈 수준으로 조금 받고. 그거 전부 어머니한테 드리고 뭐 그랬지요.”

군대를 다녀오고 김 대표는 자기 사업을 시작했다. 인테리어, IT 소비재 유통업체, 분양대행사, 건설시행사 등등을 차렸다가 망했다. 시행사를 하다가 100억원대 부도를 맞았을 때 김 대표는 신용불량자까지 됐다.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 잡부로 일하고, 지하철 청소를 하며 버텼다.

“문재인 정부에서 대표에게 연대 보증 제도를 폐지했지요. 이거 정말 잘하는 겁니다. 그동안에는 대표에게 책임이 넘어와서 재기하고 싶어도 못 하고 와이프 이름, 동생 이름 빌려서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재도전하는 기회를 정부에서 주고 멘토링도 해주고 기회를 엄청 많이 주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정부 재도전 패키지의 기회를 잡았다. 어려서부터 관심을 가졌던 IT 기술과 오랫동안 밑바닥을 다졌던 인테리어를 접목 시켰다. 인테리어를 원하는 고객이 자신의 집 사진을 플랫폼에 올리면 인테리어 업체들이 견적을 전하는 방식이다. 처음에는 직접 인테리어 시공도 했다. 김 대표는 첫 고객이 아직도 기억난다고 했다.

“사무실을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처음 차리고 며칠을 놀았습니다. 고객이 없었어요. 그러다가 한 20대 여성분이 견적을 보냈습니다. 선반을 조립해 달라는 겁니다. 얼마나 감사합니까. 그래서 제가 직접 가서 설치를 했지요. 선반 조립을 하고 옆에 보니까. 고객님이 조명 레일 부품들을 사두신 게 있는 거에요. 그래서 ‘제가 이것도 설치 하실겁니까. 그냥 서비스로 해 드리겠습니다’ 하고 설치를 했지요. 그런데 중간에 잘못해서 냉장고 위에 있는 빈 와인병을 쳐서 떨어뜨렸는데 하필이면 고객님 정수리에 떨어진 겁니다. 하아. 피가 줄줄줄 나는데. ‘아이고 망했다’ 생각했지요. 병원 응급실로 차를 몰고 가는데 고객님께서 먼저 웃으시는 거에요. 이 상황이 너무 웃기다면서. 그리고 이 고객님이 주변에 친구 분들 소개해주시고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 왔습니다.”

2015년 8월 첫 서비스를 시작한 집닥은 2016년 7월 누적 거래액 42억원, 2017년 7월 246억원, 지난 7월 1200억원을 넘어섰다. 월 거래액은 100억원을 돌파했다. 전국 450개 인테리어 업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집닥맨 현장점검, 에스크로 안전 결제, 하자보수시 3년 재시공 보장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김진원 기자/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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