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동적 트럼프, 훔치는 보좌관, 욕하는 관료…백악관은 미친도시”

[사진=EPA 연합뉴스]

‘워터게이트’ 기자, 신간서 트럼프행정부 실상 폭로 “게리콘, ‘한·미FTA 폐기’ 서한 트럼프책상서 치워” “던퍼드 합참의장에 北 선제 군사공격 계획 요구” 백악관 “불만 품은 전 직원 얘기 담아” 반발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워터게이트 사건을 보도한 언론인인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인이 오는 11일(현지시간) 발간할 책 ‘두려움: 백악관의 트럼프’의 내용이 사전 공개되면서 미국 정가가 발칵 뒤집혔다. 우드워드는 백악관 참모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멍청이”로 부르거나, 그의 책상에서 서한을 훔친 일화 등을 소개하며 관료들 사이에서 백악관 내부가 ‘미친 도시’(crazytwon)로 통한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엉뚱한 질문’이나 ‘지식 부족’도 폭로했다. 미국 언론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나온 이 책이 선거에 미칠 파장에 주목하고 있다.

4일 워싱턴포스트(WP)·CNN 방송 등은 448페이지로 구성된 우드워드의 새 책을 사전 입수해 “전례 없는 백악관 내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측근의 전언과 회의 노트, 개인 일기, 정부 문서 등을 토대로 한 것이다.

이 책에 따르면 백악관 참모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위험한 충동’을 막으려고 ‘행정적 쿠데타’를 벌였다. 게리 콘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 책상 위에 올려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파기’ 서신을 훔쳐 없애버렸다. 콘 전 위원장은 동료에게 “국가를 보호해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 서신을 보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폐기를 시사한 지난해 9월 전후의 일로 추측되고 있다. 이후 콘 전 위원장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탈퇴를 막으려고 비슷한 행동에 나섰다고 책은 전했다.

롭 포터 전 백악관 선임비서관도 국가 안보에 영향을 줄 사안에 대해서는 서류를 훔치거나 숨기는 방법을 사용했다. 이것이 불가능할 때는 결정을 늦추거나 트럼프 대통령의 주의를 분산시키려고 했다.

일방·충동적인 행보에 대한 참모들의 불만도 폭주했다.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은 직원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멍청이다. 설득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쓸데없는 짓”이라며 “이미 선로를 이탈했고, 우리는 미친 도시에 있다”고 분노했다. 이어 “우리가 왜 여기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건 내가 맡았던 직업 중 최악”이라고 했다.

[사진=EPA 연합뉴스]

책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적자’와 ‘해외파병 비용’에 집착해 국가 안보 문제를 무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감지를 7초 안에 할 수 있는 특수정보임무를 포함해 한반도 내 대규모 주한미군 주둔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미국의 재원을 써야한다는 것에 대한 불만이다. 짐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은 “우리는 제3차 세계대전을 막으려고 그렇게 하고 있다”고 답했다. 매티스 장관은 회의 직후 측근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5~6학년처럼 행동했고, 그 정도의 이해력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한 달 만에 조지프 던포드 미국 합참의장에게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 계획을 요구하기도 했다. 지난해 가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리틀 로켓맨’이라고 부를 당시에는 북한과의 갈등을 ‘리더 대 리더’, ‘남자 대 남자’, ‘나와 김’의 맞대결로 해석하기도 했다. 책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4월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민간인에게 화학 공격을 감행했을 당시 매티스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그 독재자를 암살하길 원한다”고 말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백악관은 이날 이런 내용에 대해 “불만 있는 전직 백악관 직원들의 발언이 담겼다”며 “대통령을 음해하려는 조작된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켈리 실장은 “그런 일은 없다”며 반박 성명을 냈고, 매티스 장관도 “누군가가 풍부하게 상상한 결과”라고 했다.

CNN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폭발력 있는 폭로는 중간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y2k@heraldcorp.com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