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지배구조 논의하자”…도 넘은 엘리엇의 현대차 간섭

- 지배구조 개편안 제시한 서한 외신에 공개하며 압박
- 현대차그룹 “모든 주주들과 단계적으로 투명하게 소통할 것”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현대자동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개입하고 있는 글로벌 헤지펀드 ‘엘리엇’이 도를 넘은 무리한 제안과 언론 플레이로 현대차그룹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엘리엇이 겉으로는 주주 가치를 극대화하는 ‘행동주의 헤지펀드’를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자신들의 고수익에만 관심을 가진 글로벌 투기자본에 다름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다시 나오고 있다.

7일 관련업계와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엘리엇은 지난달 중순 현대차그룹에 서한을 보내 자신들이 원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제안했다.

자동차부품 제조 계열사인 현대모비스의 애프터서비스(A/S) 사업 부문을 현대차와 합병하고, 현대모비스의 모듈과 핵심 부품 사업은 물류 계열사 현대글로비스와 합치자는 제안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같은 엘리엇의 제안을 두고 “현대차그룹의 미래 경쟁력을 위한 것이 아닌 엘리엇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의 가치만 올리려는 목적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이같은 방식은 현대차그룹의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해소하지 못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게 중론이다.

시장에서도 애초 높은 단기 수익에 집중하는 헤지펀드의 특성상 기업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킬 제대로 된 개편안을 제안했을 가능성은 적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엘리엇은 이어 해당 개편안을 논의할 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주장했으나 현대차그룹은 법적인 제약을 근거로 논의 요청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의 중요 사안에 대해 특정 주주에게만 알려주는 것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는 국내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외부로 공개하지 않는 게 상도의인 비즈니스 레터를 특정 언론에 공개하는 엘리엇의 행태도 문제로 지적된다.

자신들의 영향력을 높여 고수익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려는 헤지펀드 특유의 습성이 나타났다는 평가다. 엘리엇은 지난 2015년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개입 당시를 비롯해 기업 경영 개입 시 비공개 자료를 언론에 공개하며 자신들의 영향력을 높이는 전략을 쓰곤 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재 시장 확대와 경쟁력 향상을 위해 주력하고 있다”며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합당한 여건과 최적의 안이 마련되는 대로 절차에 따라 모든 주주들과 단계적으로 투명하게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엘리엇은 지난 4월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 3곳의 지분을 약 10억달러 이상 확보하고 있다며 현대차에 구조조정을 요구한 바 있다. 이후 엘리엇의 반대 속에 현대차의 지주사 전환 계획이 무산되기도 했다.

한편, 이번 서한에 따르면 엘리엇은 지난달 13일 기준으로 현대차의 지분을 약 3% 소유하고 있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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