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도 명절 하루 쯤은 쉬고 싶다

명절을 앞두고 가맹점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연중무휴 운영을 강조하는 본사의 정책상 명절 당일에도 귀향을 포기한 채 영업을 계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진은 서울의 한 편의점. [사진=연합뉴스]

-추석 코앞 다시 핫이슈된 ‘명절 자율휴무제’
-편의점주, 본사와 계약 때문에 승인없으면 못쉬어
-알바생 고향 보내고 매출 안나오는 날 매장 지켜
-“우리도 명절때 가족과 보내고 싶다” 목소리 커져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명절 때 매출도 별로 안 나오는데 아르바이트생도 다 고향에 내려가요. 결국 가맹점주가 명절 당일 24시간 내내 점포를 지켜야하는거죠. 저도 8년째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지만, 명절 때 아르바이트생을 구하지 못하면 점포 문을 하루 닫기도 해요. 사실상 계약 위반이지만 명절에 가족도 보지 못하고 편의점에 갇혀있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서울 동대문구 A편의점의 가맹점주인 이성종(45) 씨는 “명절 휴무는 인권에 관한 문제”라고 말한다. 그는 편의점 점주들이 매년 추석과 설날 등 명절 기간 때마다 본사에 자율 영업을 요구하지만 달라진 점은 없다고 했다. 명절 때 편의점이 문을 닫을 수 없는 이유는 본사와 맺은 계약 때문이다. 현행 가맹사업법에 따르면 24시간 영업 여부는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주의 계약 형태에 따라 정할 수 있지만, 24시간 영업장려금이나 전기료 등을 지원받기 위해서는 본사 방침에 따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서울시가 올해초 발표한 편의점 사업주 근무환경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1년 365일 24시간 영업하는 편의점 비율은 무려 93.1%였다. 각각 1만개 가량의 가맹점을 확보하고 있는 CU와 GS25는 약 85%가 365일 24시간 영업 중이다. 서울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사업주의 약 40%는 연중무휴로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응답자의 82.3%는 지난해 추석 때도 정상 영업하는 등 명절이나 개인 경조사를 잘 챙기지 못한다고 했다. 전체 응답자 86.9%는 명절 자율 영업에 찬성한다고 했다. 사실상 대다수 편의점주가 명절 휴무를 원하지만, 본사와의 계약 때문에 울며겨자먹기로 24시간 영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본사의 승인이 없이는 점포 문을 닫을 수 없다보니 편법까지 동원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귀띔이다. 한 편의점주는 “집이 가까운 점주는 본사 몰래 점포 문을 닫고, 4~5시간에 한 번씩 매장에 나와 매출을 찍기도 한다”며 “포스기에 매출이 잡히지 않으면 본사에 들킬것을 우려해 일종의 ‘꼼수’를 쓰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본사도 이를 알면서도 사실상 묵인하는 분위기이지만, 공식적으로 명절 자율휴무제를 도입하는것은 꺼리고 있다”며 “명절 때 너도나도 문을 닫아 매출이 급감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대다수 치킨 프랜차이즈 점주들은 ‘연중무휴ㆍ12시간 영업’ 지침을 따르고 있다. 경남 울산에서 한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는 진모 씨는 “가맹본사에서는 오후 12시부터 새벽 12시까지 운영을 권고하고 있다”며 “평일 대낮부터 치킨을 시켜먹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인 일로 휴무를 하려고 하면 담당 수퍼바이저를 통해 승인절차를 받아야 하는데, 이게 무척 까다롭다”며 “이를 지키지 않으면 바로 내용증명을 보내온다”고 했다. 이 때문에 개인시간을 가질 수도, 병원도 맘대로 갈 수 없는 실정이라는 게 가맹점주의 호소다.

이에 대해 본사 측은 “업무시간을 강제하고 있지는 않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한 지점이 휴무를 하게 되면 본사로 소비자 항의가 많이 들어온다”며 “소비자 불편을 최소화하고 원활한 가맹점 운영을 위한 관리차원일 뿐”이라고 했다.

한편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전편협)는 지난달 31일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정부부처 관계자가 참석한 간담회에서 명절 자율휴무제를 건의하며 문제를 공론화한 바 있다. 지난 6일에도 성명서를 내며 공정거래위원회가 가맹점주들의 최소한의 삶의 기본권을 지킬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전편협 관계자는 “대다수 점주들은 한 가정의 가장이면서 부모를 모시는 자녀로 명절 중 단 하루만이라도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도록 삶의 기본권을 보장해야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편의점 본사 측은 “아직 협의 중이거나 결정된 사안은 없다”고 했다.

dod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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