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한국 정책위의장 지상대담]부동산은 공급확대, 52시간 근무제는 탄력 적용

-본지 서면 인터뷰에서 최저임금제 관련 상반된 시각 충돌
-부동산 정책 공급확대 필요성, 52시간 근무제 보완 등에는 공감

[헤럴드경제=이해형ㆍ박병국 기자]9월 정기국회가 문을 열었다. 사상 최대 규모의 내년 예산안과 최저임금 후폭풍, 부동산 불안정 등 많은 당면 과제를 안고 시작하는 정기국회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정면 충돌’을 예고했다.

정기국회 우선처리 법안과 경제, 고용, 부동산, 남북문제 등 현안에 대한 질문에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하 김)과 함진규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이하 함)은 방어와 공격에 나서는 각 당의 전략을 솔직하게 풀었다. 경기 진단과 부동산 대책 등에서는 서로다른 원진진단과 대처방안을 제시했지만, 탄력 근로를 골자로 하는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따른 보완책에서는 공통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9월 정기국회에서 최우선 처리 법안 또는 정책은?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 혁신성장 측면에서는 규제혁신5법과 인터넷전문은행법을 선정했고,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해서는 실업급여 지급액을 인상하는 법안, 저소득층 어르신들의 기초연금을 조기 인상하는 법안,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한 법안 등이 있다. 이른바 소득주도성장 관련 법이다. 성폭력 방지를 위한 미투법, 국정원 개혁법, 공수처 설치법 등 사회개혁 법안도 통과시키겠다. 계약 갱신 청구권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는 상가임대차보호법 등 민생법안도 챙길 것이다.

▶함진규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 :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최저임금법을 개선하겠다. 업종별, 지역별 차등적용 뿐만 아니라 최저임금 결정이 노사 합의에 의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저임금위원회 구성을 바꾸겠다. 신산업 분야는 우선 허용하고 문제가 될 때 사후규제하는 방식으로 하는 내용을 담은 ‘신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규제개혁 특례법’, 서비스산업 발전을 위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규제프리존특별법도 꼭 처리하겠다.

-최근 서울 수도권 중심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데 이유는 무엇인가? 또 해법은?

▶김:수도권 공급부족에 대한 우려, 시중에 풍부한 유동자금, 개발계획 발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가 주택공급계획을 발표했지만 시장에서 느끼는 체감도는 높지 않은 것 같다. 신도시 개발 못지 않은 과감한 공급 대책이 필요하다. 유동자금이 부동산에 과도하게 쏠리는 현상도 막아야 한다. 정부가 신규 지정한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함:향후 서울에서 공급되는 새집은 더욱 줄어들 것이라는 시그널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면서 ‘지금 집을 안사면 못 산다’는 심리를 부추기고 있다. 다주택자들이 지방 아파트부터 팔아 서울과 지방간 양극화도 더욱 심해지고 있다. 재건축ㆍ재개발 규제완화를 통해 주택수요가 몰리는 곳에 충분한 주택을 공급하는 등 지역 맞춤형 부동산대책을 내놔야 한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막대한 시중자금이 산업현장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도록 물꼬를 터야 한다.

-부동산 관련 정책 및 법안 방향은? 관련 각 당의 제출 또는 예정인 법안은?

▶김:부동산은 사람이 먹고 자는 주거 공간이지 투기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 실거주자들이 주택을 소유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부동산에 의존하는 경기부양은 단기적으로 보면 자산이 증식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제의 기초체력을 약화시키는 정책이다. 공급을 확대하는 것과 함께 투기수요가 부동산에 몰리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다.

▶함:수요가 몰리는 곳에 충분한 주택을 공급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심해질 때 대안은 재건축밖에 없다. 현재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가 법령이 아니라 국토교통부 고시로 결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맹점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개정안은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를 국토부 마음대로 할 것이 아니라, 법령을 통해 객관적인 시스템을 갖추자는 취지로 발의됐다.

-현 우리 경제에 대한 상황 평가(불황 or 회복 등)와 이에 대한 대응책은?

▶김:장기 저성장 국면이다. 국가 경제의 규모가 커지면서 과거처럼 고도성장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저출산고령화로 경제의 활력도 떨어지고 있고, 반도체를 제외하고 자동차ㆍ조선 등 대부분 주력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됐다. 이를타개하기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대등한 위치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만들고, 그 토대 위에 혁신성장과 소득주도 성장을 추진해야 한다. 규제혁신으로 우리 경제의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발굴해야 한다.

▶함:반도체를 제외한 거의 모든 수출 부문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고용지표도 최악이다. 세계 경제는 점차 회복되고 있는데, 이처럼 한국만 역주행 중이다. 현 경제 불황은 외부 충격이 아닌 현 정권의 잘못된 경제정책에서 야기된 바가 크다. 실패로 드러난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즉각 폐기하고, 규제혁신과 노동개혁, 산업구조 개편, 기업 환경 개선 등을 통해 경제를 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저임금 관련 최근 2~3년의 인상폭에 대한 평가와 제도 보완을 위한 대책은?

▶김:최저임금 인상은 시대적 요구다. 지난 대선에서 모든 후보가 최저임금 인상을 공약으로 내걸 만큼 인상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소상공인들이 느낄 부담을 고려해 일자리 안정자금으로 최저임금 인상분에 대해 지원도 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대안 마련도 한 상태다. 소상공인들이 힘든 것은 인건비 때문만은 아니다. 임대료나 가맹수수료 과다, 카드 수수료 부담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함: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은 세계 유례없는 과속 인상으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소득분배 개선효과는 전반적으로 미미한 반면, 고용악화가 심화되고 있다. 업종별 구분적용은 입법 당시에도 경제상황과 기업 여건 등에 따라 탄력적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최저임금 결정이 노사 합의에 의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저임금위원회 구성을 바꾸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포함될 수 있도록 하겠다.

-52시간 근무제와 관련 기업 등에서는 집중근로 허용 등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근로기준법이 통과할 당시 탄력근무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토록 정부에 주문했다. 여야 합의 사안이었다. 정부가 이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한 상태고 완료 이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다만, ICT 업종과 일부 계절산업 등은 집중근무가 필요한 만큼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산업현장의 어려움을 반영해 법안 협상에 임하겠다.

▶함:현행법상 취업 규칙에서 정하면 2주,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 시에는 3개월 단위로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업무량의 변화 주기가 2주보다 길거나 IT 기업, 건설업 등 특정 달에 수요가 몰리는 경우에는 활용이 힘들다. 우리 당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의 확대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여당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등 보완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 정부가 제출한 내년 예산에 대한 평가, 그리고 심의 과정에서 집중적으로 보완, 또는 감액할 부분은?

▶김: ‘일자리 예산, 경제 활력 예산, 사회 안전망 강화 예산’이라 평가한다. 일자리 분야는 집중 심의할 것이다. 특히 청년 일자리와 관련된 예산은 전년보다 대폭 증액하려 한다. 지난 10년간 역대정부가 20여 차례에 걸쳐 청년고용대책을 시행했으나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청년 일자리 해결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역설적으로 말해준다. 기존의 일자리를 나눠먹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 공급을 늘려야 한다.

▶함:내년도 예산안은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실패를 국민 혈세로 메우려는 ‘슈퍼 팽창 예산’이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미명하에 급격한 재정확대로 재정건전화를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 내년도 신규사업과 예산이 20%이상 대폭 증액된 사업은 사업내용을 꼼꼼히 살펴 불요불급한 예산을 대폭 삭감할 계획이다.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는 ‘따뜻한 서민예산’은 과감한 증액을 추진하겠다.

-정부의 고용 정책에 대한 평가와 보완해야 할 점은?

▶김:7월 발표한 고용동향을 보고 일각에선 최악의 고용대란이라고 과장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고용률은 60.4%로 작년과 비슷하다. 상반기 실업률도 마찬가지다. 취업자 수 증가추세가 위축돼 그렇지 아직 고용정책이 실패했다고 단언하기는 이르다. 일자리 공급을 늘려야 하는데 한 두 가지 처방으로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일자리 공급을 늘리는 정책과 함께 일자리 질을 개선하는 정책도 함께 쓰고 있다. 그것이 혁신성장이고 소득주도성장이다.

▶함:일자리 증가 현황을 보면 정부 주도의 일자리는 증가한 반면 민간 일자리는 빠르게 줄었다.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는 막대한 국가 부담으로 되돌아오는데도 정부는국민혈세를 마구잡이로 쓰겠다는 발상을 버리지 않는다. 최저임금 졸속 인상에 대한 속도 조절과 함께, 근본적인 공공ㆍ교육ㆍ금융ㆍ노동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판문점선언 국회비준에 대한 입장 및 향후 남북관계에 대한 견해는?

▶김:한반도 평화는 국민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당리당략의 대상이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남북 정상이 합의한 사안은 영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항구적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다. 무기로 나라를 지키는 것만이 안보가 아니다. 상대방과 친한 친구가 된다면 그보다 더 좋은 안보가 있겠나. 대결의 역사에서 화합의 역사로 전환하고 있다. 전환기의 산물이 판문점선언이다. 이번 정기국회에 비준동의안은 반드시 통과되어야 한다.

▶함: 북한의 핵폐기를 이끌어 내기 위해 UN 대북제재와 미국의 독자제재가 강력하게 실행 중이다. 핵문제의 당사자인 우리는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긴밀히 펼쳐 나아가야 할 의무가 있다. 두 번의 남북정상회담과 미북정상회담에도 북한 핵폐기는 지지부진하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판문점선언을 국회에서 논의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분위기와 맞지 않다. 정부는 판문점 선언에 따른 필요한 비용 추계를 국회에 보고해야 함에도 아직까지 아무 반응이 없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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