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위험 ‘기우뚱’ 상도유치원, 평소 원아 122명 다녔다

7일 오전 서울 동작구 상도동 다세대주택 공사장의 흙막이가 무너져 근처에 있는 상도유치원 건물이 기울어져 위태롭게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6일 오후11시22분께 신고 접수
-근처 공사장 흙막이 붕괴 영향
-유치원 10도 가량 기울어져
-“정확한 사고 원인 파악 예정”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한밤 중 서울 동작구 상도동 상도유치원 건물이 기울어져 인근 주민이 긴급 대피했다. 평소 원아 122명이 다니던 시설로, 오전이나 이른 오후께 사고가 일어났다면 아찔한 상황이 연출될 뻔 했다.

7일 서울 동작소방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11시22분께 신고를 받고 현장에 나섰으며 현재 동작구ㆍ경찰과 함께 현장을 통제중이다.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다세대주택 공사장의 흙막이 벽체가 무너져 근처 지반이 침하하면서 발생했다. 지하 1층, 지상 3층의 유치원 건물은 10도 가량 기울어진 상태다. 동작구와 소방서는 정확한 각도를 파악하기 위해 전문기관과 협조할 예정이다.

사고가 난 다세대주택 공사장은 폭 50m, 높이 20m 흙막이를 두는 공사가 80% 가량 진행중인 상태였다. 이 사고로 전체 폭 중 40m 가량이 무너졌다. 흙막이(축대)는 지반을 굴착할 때 주위 지반이 침하ㆍ붕괴되는 일을 막기 위해 세우는 가설 구조물이다. 형태에 따라 옹벽으로 불리기도 한다.

공사장과 가까운 상도유치원을 떠받치던 지반의 흙 일부가 흙막이를 뚫고 공사장에 쏟아지며 유치원이 기울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공사장과 유치원엔 사람이 없어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유치원은 원아 122명과 교사 등이 다니던 대형시설로, 시간대가 늦어 큰 화를 면했다.

동작구는 이날 오전 12시께 상도4동 주민센터에 임시대피소를 두고 근처 주민을 불렀으며, 이후 숙소를 6곳으로 나눠 이들을 분산시켰다. 오전 2시30분 기준 주민 22세대 38명이 대피했다.

대피한 주민 중 1명은 투병중인 점을 고려해 근처 병원으로 옮겨졌다.

소방 관계자는 “무너진 지점을 중심으로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보이는 곳을 하나씩 찾아 (주민을)대피시켰다”고 설명했다.

현장에는 소방관 44명과 구청 공무원 55명, 경찰 30명 등 148명이 출동했다. 소방차 14대와 구청 차 10대, 경찰차 4대 등 34대 차가 투입됐다.

소방 당국은 유치원 건물의 전기와 수도, 가스를 차단해 2차 사고를 대비했다.

또 주변에 흙을 쌓는 성토작업을 해 추가붕괴를 막을 방침이다.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현재 유치원 건물과 인근 건물 등에 추가붕괴 조짐은 없는 상황이다.

현장을 본 전문가들은 건물이 이미 제기능을 못할 만큼 파손됐고 지반의 지지력을 회복할 수 없어 철거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기초 지지력을 이미 잃어 복구가 힘들다는 이야기다.

사고 원인은 확실하지 않다. 전문가들은 최근 잇따른 폭우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나, 자세한 원인은 정밀 진단을 해야한다는 입장이다.

동작구 관계자는 “이날 오전 전문가 5명과 함께 추가 분석을 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철거 작업이 즉시 이뤄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사고가 난 지점에 평소 안전 문제가 있었는지 묻자 “공사와 관련한 특별한 민원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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