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김정은…“비핵화 의지 분명한데 답답하다” 호소

[헤럴드경제DB]

-핵ㆍ미사일시험장 폐기 불구 얻은 것 없어 -北 관영매체, 金 비핵화 의지 대내외 알려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을 만난 자리에서 비핵화 의지를 확약하면서 국제사회의 불신에 대한 억울함을 토로해 눈길을 끈다.

대북특사단 수석으로 평양을 찾아 김 위원장을 만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6일 방북 결과를 발표하면서 “김 위원장은 자신의 비핵화 의지가 분명하다, 여러 차례 분명하게 천명했다는 점을 강조했다”면서 “자신의 이러한 의지에 대해 국제사회 일부의 의문 제기에 답답함을 토로했다”고 전했다.

정 실장은 이어 김 위원장이 “풍계리는 갱도 3분의 2가 완전히 붕락해 영구적으로 불가능하게 됐다, 동창리 미사일 엔진실험장도 북측의 유일한 실험장일 뿐만 아니라 향후 장거리탄도미사일 시험을 완전히 중지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매우 실질적이고 의미 있는 조치들인데 이러한 조치들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가가 좀 인색한데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고 소개했다.

또 “미국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해 줄 것을 요청했다”면서 “김 위원장은 비핵화 결정에 관한 자신의 판단이 옳은 판단이었다고 느낄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정 실장이 북한 최고지도자의 발언을 전하면서 두 차례나 ‘토로했다’는 표현을 쓴 것 역시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결국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대북특사단을 만난 자리를 빌어 자신의 비핵화 의지가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로부터 믿음을 사지 못하고 있는데 대한 답답함을 호소하는 한편 자신의 비핵화 결정이 옳았음을 입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달라고 당부한 셈이라 할 수 있다.

실제 북한은 김 위원장의 대북특사단 접견소식을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조선중앙TV 등을 통해 공개함으로써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대외뿐 아니라 대내적으로도 적극 알렸다.

북한 매체는 “최고영도자 동지께서는 조선반도(한반도)에서 무력충돌위험과 전쟁의 공포를 완전히 들어내고 이 땅을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자는 것이 우리의 확고한 입장이며, 자신의 의지라고 비핵화 의지를 거듭 확약”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은 북미 협상이 교착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확고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와 관련, 정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자신의 신뢰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최근 북미 간 협상에 다소 어려움은 있지만 그럴 때일수록 자신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는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자신의 참모는 물론 그 누구에게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한 번도 한 적이 없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어 김 위원장이 “이러한 신뢰 기반 아래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내 북한과 미국 간 70년간의 적대역사를 청산하고, 북미관계를 개선해 나가면서 비핵화를 실현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얘기했다”고 덧붙였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정 실장은 이 말이 제일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보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안에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라고 부연했다.

김 위원장이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의 2년 남짓 남은 첫 번째 임기 안에 비핵화를 실현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대북소식통은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현재 상황이 억울하게 느껴질 수 있는 측면도 있다”면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 이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 폐기에 나서고 미군인 억류자와 미군 유해까지 돌려보냈지만 미국으로부터 받은 것이라고는 언제든 재개가능한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뿐”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이어 “김 위원장으로서는 정권수립 70주년 기념일인 9ㆍ9절 때 주민들에게 딱히 내세울 게 없는 형편”이라면서 “대북특사단에게 이 같은 점을 설명하면서 자신의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하고 비핵화 시점까지 내보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shindw@heraldcorp.com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