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협상가’ 문재인에 SOS…비핵화 중재역 요청


[헤럴드경제=이슈섹션] 지난 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북한과 미국 양쪽을 대표하는 수석협상가(chief negotiator. 또는 최고협상가)가 돼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대북특사단의 방북을 하루 앞두고 문 대통령과 통화하면서였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6일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통화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전해달라’고 남긴 메시지가 있어 이를 정 실장이 특사단으로 방북해 북한에 전달했다”고 소개했다.

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수석협상가가 돼 달라고 한 사실을공개하며 “이런 배경에서 트럼프 대통령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한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을 협상가라고 지칭한 것은 처음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이미 북미 간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 협상가·중재자·촉진자로서의 면모를 보인 문 대통령의 역할을 트럼프 대통령도 인정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과 대척점에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역시 문 대통령의 중재 역할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사단장이었던 정 실장은 전날 평양에서 김 위원장을 만났을 때 그로부터 미국을 향한 메시지를 전해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정 실장은 이날 밤 자신의 카운터파트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이를 전달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이 정 실장을 통해 북미 정상의 메시지를 서로에게 전달하면서 비핵화를 둘러싼 틈새를 좁히려는 ‘메신저’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각기 공히 신뢰를 보내는 문 대통령의 중재력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는 방증으로도 해석된다.

문 대통령이 일촉즉발이던 한반도를 평화 무드로 전환하기 위해 한미동맹에 기반을 두면서도 북미 간 입장차를 ‘조율’하고, 때론 접점을 찾으려 협상안을 내놓고,협상의 실마리가 잡혔을 때 ‘촉진’해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취임 후 북미 간 갈등이 극한으로 치달을 때도 한반도 전쟁 불가와 대화 해법을견지했고, 북미 간 대화 테이블이 마련될 수 있었던 시발점이었던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는 결과적으로도 적절한 ‘한 수’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위원장은 평창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특사로 보내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천명했고, 문 대통령은 이를 고리로 한 대북특사단 가동으로 북미 간 대화 무드를 조성해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코앞에 두고 취소를 발표했을 때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SOS’를 쳤고, 그래서 성사된 게 5·26 2차 남북정상회담이었다.

이 회담과 함께 같은 달 워싱턴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문 대통령은 북미 정상을 잇달아 만났고, 북미정상회담은 다시금 제자리를 찾았다. 그 이면에는 ‘중재자 문재인’의 역할이 컸다는 견해가 많은 편이다.

최근의 상황도 비슷하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8월 말 4차 방북이 가시화하면서 북미 간 협상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됐지만 그의 방북이 취소돼 북미 간 교착이 장기화하는 흐름을 보이던 터였다.

문 대통령은 두 번째 대북특사 카드를 끄집어냈고, 북미 정상의 의중을 서로에게 전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비핵화 시계’가 다시금 움직일 여건을 만들고 있다.

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김 위원장과 회담하기로 하는 동시에 미국 뉴욕에서열리는 유엔총회 계기에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기로 ‘9월의 판’이 짜인 것은 협상가이자 촉진자로서 그의 역할이 또다시 시험대에 올라간 순간이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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