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폭염의 교훈…값싸고 깨끗한 전기는 없다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분다. 결코 끝이 날 것 같지 않던 기록적인 폭염도 이제는 또 하나의 기억으로 남는다. 모두가 상쾌해진 가을 날씨를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이때, 가을을 근심어린 마음으로 맞는 이들도 있다. 민간 LNG발전사들이다.

지난 폭염은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기치로 내 건 정부의 에너지정책이 집중 포화를 맞는 계기가 됐다. 불볕더위로 냉방 수요가 급증하며 한때 전력예비율이 10% 아래로 떨어지자 정부의 ‘탈원자력발전’ 정책에 대한 비판이 잇따랐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사상 최대의 전력 수요에도 불구하고 공급은 충분했다. ‘블랙아웃’은 기우였다. 이 때 발군의 힘을 발휘한 곳이 다름 아닌 민간 LNG발전사들이었다.

우리나라의 전력시장은 철저히 ‘경제급전’에 맞춰져 있다. 값싼 전기로 경제를 발전시키고자 했던 산업화의 산물이다. 그래서 발전구조 또한 일단 싼 전기를 제공하는 발전소의 전기를 쓰고, 그 뒤 순차적으로 비싼 전기를 가져다 쓰는 구조로 짜여있다.

지난달과 상반기 발전원별 설비용량을 비교해 보면 이는 분명해진다.

지난달 기준 한국전력거래소가 집계한 발전원별 설비용량은 원전이 19%, 석탄화력발전소가 33%, LNG발전소가 33%, 신재생 9%였다. 전체의 3분의1 가량을 LNG발전이 맡았다. 이를 상반기로 기간을 넓히자 이야기가 달라진다. 원전이 22%, 석탄이 42%, LNG가 29%, 신재생 5%로 변화한다. 석탄과 LNG의 격차가 13%로 벌어진다. 원가가 싼 석탄발전이 대부분의 전력을 생산하는 기존의 ‘경제급전’ 방식의 구조 탓이다.

이 때문에 냉ㆍ난방수요가 급증하는 여름과 겨울, 민간 LNG발전사들은 100%에 가까운 가동률을 보이지만, 이후 전력 수요가 떨어지는 봄ㆍ가을이 되면 보릿고개에 접어든다. 최신의 고효율 발전 설비를 갖춘 발전사들이 수년째 적자가 지속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구조는 에너지전환을 내건 현 정부에서도 변하지 않고 있다. 최근 정부는 ‘2018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면서 환경 비용 수준에 맞춰 유연탄ㆍLNG에 대한 제세부담금을 조정했다. 석탄화력발전 연료용 유연탄의 개별소비세는 kg당 36원에서 46원으로 인상하고 LNG(액화천연가스)에 부과되는 세금은 현행 kg당 91.4원에서 23원으로 인하했다.

일견 합리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세제 조정안이 시행되더라도 발전원별 연료비 격차가 워낙 커 경제급전의 현실에서 원자력-석탄화력-LNG복합화력 순의 급전순위는 변함이 없을 게 분명하다.

현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은 모순으로 가득하다. 미세먼지 및 탄소배출 저감을 통해 건강하고 깨끗한 전기를 원하면서 동시에 안정적이고 값싼 전기를 공급하겠다 한다. 어설픈 전기요금 인하와 같은 땜질식 포퓰리즘 처방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록적인 폭염은 ‘값싸고 깨끗한 전기는 없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했다. 이제는 과감한 선택이 필요할 때다. 여론에 등 떠밀린 전기요금 한시 인하와 같은 땜질식 처방으로는, 현 정부가 내건 에너지전환은 공염불에 그칠 수 밖에 없다. 결코 공짜 점심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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