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포럼] 新북방 진출의 열쇠, 극동러시아에서 찾아라

요즘 국내 예능 프로그램에 ‘두 시간 만에 떠나는 가장 가까운 유럽’으로 소개되기도 한 블라디보스토크는 원래 극동 러시아를 대표하는 경제·물류 도시다.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시작점이자 2015년 자유항으로 선정된 이후 외국인 투자가 끊이지 않는 극동 지역의 대표적인 항구이기도 하다.그동안 러시아는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유럽과 인접한 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경제 성장을 도모해왔다.

극동 지역은 러시아 영토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광활한 지역임에도 혹독한 기후와 척박한 환경 탓에 오랫동안 관심 밖이었다. 하지만 러시아가 높은 유럽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진출을 꾀하면서 극동 지역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 시작했다.

푸틴 정부는 2012년 ‘신동방 정책’을 천명하고 정부조직에 극동개발부를 신설했다. 극동 지역의 사회·경제 발전을 국정과제로 채택하고 인프라 정비와 제조업 육성에 나섰다. 선도 개발구역과 자유항을 지정해 외국인 투자 유치에도 힘쓰고 있다.

한국도 극동 러시아 진출에 적극적이다.

우리 정부는 시장 다변화를 목표로 유라시아 지역을 겨냥한 신북방정책을 추진 중이다. 작년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해 전력, 가스, 조선 등 경제 협력이 유망한 9개 분야를 제시했다. 지난 6월 열린 한-러 정상회담에서는 기술, 의료 분야 등의 협력 확대와 서비스ㆍ투자 부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등에 합의했다.

한ㆍ러 양국은 산업 구조가 상호 보완적이기 때문에 서로 잘 협력하기만 하면 윈윈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자원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는 안정적인 자원 확보가 중요하고 러시아는 유럽에 편중된 자원 수출을 다변화해야 한다. 한국은 러시아를 통해 중앙아시아 등 신북방 경제권에 진출할 수 있고, 러시아는 한국 기업의 첨단 기술과 투자를 받아 산업 고도화를 이룰 수 있다.

대표적인 경제 협력 사례로 러시아 야말 프로젝트가 있다.

시베리아 야말반도에서 생산된 천연가스를 운반하려면 쇄빙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기술을 동시에 갖춘 선박이 필요한데, 대우조선해양이 탁월한 기술력을 앞세워 쇄빙LNG선 15척을 모두 수주한 바 있다.

극동 러시아와의 경협을 희망하는 곳은 한국뿐만이 아니다. 러시아 수입 대상국 1위인 중국은 일대일로 프로젝트와 연계한 물류 인프라 구축을 추진 중이다. 일본은 사할린에 이어 야말반도 가스전에 투자하는 등 자원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이 경협 경쟁에서 선전하려면 고부가가치 산업 위주의 투자와 인접시장 수요를 포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IT, 화학 등 첨단 산업 분야로 투자를 차별화하는 한편 중국의 동북 3성과 몽골,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등 주변 시장을 개척하고 수요에 부합하는 상품을 발굴해야 한다.

정부 역할도 중요하다.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서는 적극적인 경제 외교가 필요하다. 금융 지원과 전문 인력 양성 등을 통해 투자 여건도 개선해야 한다. 한-EAEU(유라시아경제연합) FTA를 조속히 추진하고 안정적인 남ㆍ북ㆍ러 3각 협력 기반을 조성해 한반도와 유라시아 간 물류, 전력망 사업 등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때마침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11일부터 사흘간 ‘제4회 동방경제포럼’이 열린다. 극동 지역의 비즈니스 환경이 개선되고 경제적 효과도 거두면서 2015년 출범한 포럼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이에 무역협회는 이번 포럼에 경제사절단을 파견해 현지 비즈니스 기회 발굴과 네트워킹의 장을 마련할 예정이다.

우리 기업들이 극동 러시아를 마중물 삼아 신북방 지역으로 힘차게 뻗어나가기를 기대한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