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자 상태 안정적…“소화기 증상도 완화돼”
-”현 시점에서는 대규모 확산 가능성 적어져”
- 환자 완치 판정 뒤 약 한달 경과되면 ‘종료’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ㆍMERS) 발생 7일째인 14일 보건당국은 현재 시점에서 대규모 확산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잠정 결론을 냈다. 추가 감염자가 나오지 않는 가운데 메르스 확진자 이모(61) 씨와 접촉한 사람 중에서도 감염 위험이 컸던 밀접 접촉자 21명이 모두 메르스 음성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만일 더 이상의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이 씨가 임상적으로 완치 판정을 받게 되면 이후 약 한 달이 지나 보건당국은 현재 메르스 상황에 대해 ‘종료 선언’을 할 수 있다. 완치 판정 뒤 3일(72시간)동안 두 차례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뒤 최대 잠복기의 2배(28일)인 28일이 지나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의 ‘메르스 종료 선언’ 기준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메르스 중간 현황 브리핑’에서 “메르스 확진자의 임상 양상과 접촉자 관리 상황 등을 고려할 때, 메르스 국내 유입의 대규모 확산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앞서 이 씨는 쿠웨이트에서 지난 7일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 같은 달 8일 메르스 환자로 확진 받았다. 이 씨가 입국해 병원까지 이동하는 과정에서 항공기, 공항, 택시, 병원 등에서 직ㆍ간접적 접촉자가 발생했다.
현재 집계된 이 씨의 밀접 접촉자는 21명, 일상 접촉자는 427명이다. 질본은 메르스의 국내 평균 잠복기(6.3일)가 지난 13일 격리 중인 밀접 접촉자에 대한 철저한 모니터링을 위해 검사를 했고, 그 결과 전원 음성으로 판정됐다. 일상 접촉자는 질본,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으로 일일 모니터링을 실시 중이다.
이 씨의 접촉자 중 의심 증상을 보였던 11명 역시 모두 최종 음성으로 판정됐다. 국내뿐 아니라 이 씨가 쿠웨이트 현지에서 접촉한 업체 직원 26명도 쿠웨이트 보건당국 검사 결과 모두 음성으로 판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앞서 쿠웨이트 현지에서 30명 규모의 우리 국민이 육안 검진ㆍ시료 채취·분석으로 음성ㆍ정상 판정을 받았다. 육안 검진을 받은 일부는 시료 채취 검진도 중복해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와 같은 항공기를 타고 국내로 들어왔으나 소재가 분명하지 않던 외국인도 대부분 파악돼 보건당국의 감시망으로 들어왔다. 소재 불명 외국인은 2명으로 줄었다. 질본은 관련 추적ㆍ감시를 계속할 예정이다.
이 씨의 상태도 안정적이다. 문제가 됐던 설사 등 소화기 증상 역시 입국 당시보다 크게 완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 본부장은 “(애초부터) 환자가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경미해 바이러스 전파력이 낮은 상태였다”며 “현재는 안정적 상태에서 서울대병원 의료진의 진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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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질병관리본부는 확진자 발생 7일째인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쿠웨이트 출장에서 돌아온 후 메르스 확진을 받은 A(61)씨와 밀접하게 접촉했던 21명이 메르스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브리핑 중인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연합뉴스] |
확진자가 상태가 나아져 임상적으로 완치 판정을 받게 되면 이후 72시간 내 1ㆍ2차 검사를 통해 최종 음성 판정을 받고, 최대 잠복기의 2배인 28일이 지나면 ’메르스 사태 종료’가 선언된다. 더 이상 확진자나 나오지 않는다는 전제에서다.
이처럼 이 씨가 애초부터 기침, 객담(가래) 등 호흡기 증상이 심하지 않았던 데다 신속하게 격리되면서 메르스의 지역사회 확산을 막은 데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메르스와 같은 호흡기 질환은 환자가 기침할 때 튀어나가는 침방울(비말)을 통해 주로 전파된다.
김양수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은 “2015년에는 대부분 의료기관 내에서 바이러스가 전파됐는데, 이번에는 병원 내 환자, 의료진과 접촉이 거의 이뤄지지 않아 노출이 최소화됐다”며 “환자가 기침 등의 증상이 거의 없는 데다 초기에 신속하게 대처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대규모 확산은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질본은 메르스의 최대 잠복기인 14일이 지날 때까지 밀접ㆍ일상 접촉자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할 방침이다. 밀접 접촉자에 대한 격리는 최대 잠복기가 끝나는 오는 22일 0시에 해제될 예정이다.
이날 브리핑에서는 메르스 확진자, 의심 환자, 접촉자 등에 대한 지나친 관심과 비난 등을 삼가 달라는 당부가 나왔다. 최보율 대한예방의학회 이사장(한양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은 “메르스 확진자 역시 어디선가 감염된 피해자이며, 의심환자나 접촉자는 아직 환자가 아니지만 혹시라도 (바이러스가) 사회에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격리와 감시를 받아들이고 있는 일종의 희생자”라며 “이들을 어떻게 보호하고 불편을 최소화할지 생각해 달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