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정지·급가속에도 도심 연비 19.2km 고속주행때 치고나가는 힘부족 아쉬움

“외모든 성격이든 뭐든 중간만 했으면 좋겠다.”

한때 ‘이상형’을 묻는 지인들에게 앵무새처럼 반복했던 말이다. 중간은 곧 무난함을 의미했다. 크게 두드러진 장점이 없어도, 그렇다고 견디기 힘든 단점도 없는 그런 무난한 사람이라면 좋겠다 싶었다. 차로 말하자면 혼다의 10세대 신형 어코드 하이브리드가 딱 그러하다.

월드 베스트 셀링 세단인 어코드는 2012년 9세대 출시 후 6년만에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특히 1세대부터 적용해온 6기통 자연 흡기 엔진을 40여년 만에 과감히 버리고 터보 엔진을 장착, 역대 최고의 성능으로 거듭났다. 시승을 통해 경험한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무난하지만, 그렇다고 ‘한방’이 없는 것은 아닌, 소개팅계의 ‘볼매남(볼수록 매력있는 남자)’같은 차량이었다.

기자는 최근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의 운전석에 올라 경기도 가평을 출발해 춘천을 거치는 120㎞의 코스를 달렸다.

차량 외관은 하이브리드 모델을 시승하기 얼마 전 체험해본 어코드 터보 스포츠 모델과 다르지 않았다. 이전 세대보다 낮아진 차체, 길어진 전폭과 휠베이스 등 10세대 어코드의 디자인 문법을 고스란히 갖췄다. 전면과 후면 램프에 푸른색 리플렉터를 달고, 하이브리드 전용 알로이 휠을 장착해 친환경차임을 강조한 것 외에는 외관상 하이브리드 모델이라고 차별화된 것은 없었다. 아울러 후면 배기구에 자연 친화적인 성격을 강조하고자 배기구를 피니셔커버로 가린 점도 다른 모델에선 엿볼 수 없는 부분이었다.

실내도 터보 스포츠와 다를 바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다만 계기반에 하이브리드 전용 그래픽을 적용해, 중앙 디스플레이에 배터리 및 전기모터 구동 여부를 표시하는 등 약간의 디테일 차이는 있었다.


기존에 트렁크 안쪽 공간에 장착된 배터리가 2열 시트 하부로 옮기며 트렁크 용량도 커졌다. 적재 공간 손실이 사라지며 가솔린 모델과 동일한 473리터의 공간 활용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외관에 대한 감상을 끝내고 운전석에 탑승해 본격적인 시승에 나섰다. 10세대 어코드 하이브리드에는 하이브리드 전용으로 개발된 직렬 4기통 엣킨슨 사이클 DOHC VTEC 엔진이 탑재됐다. 엔진의 최고 출력은 145마력, 최대 토크는 17.8㎏ㆍm. 2개의 엔진 모터는 최고 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32.1㎏ㆍm를 자랑한다.

확실히 일반 주행에서 조용하면서도 민첩하게 달렸다. 시속 50㎞까지는 전기 모터로 달리고 그 이후부터는 가솔린엔진이 결합하는데, 어느 시점에 엔진이 개입하는지 모를 정도로 전기 모터가 힘이 넘쳤다.

코너링이나 고속 주행에서의 안정감도 돋보였다. 주행 시 시트가 운전자의 몸을 꽉 잡아주는 것도 만족스러웠고, 묵직하면서도 매끄럽게 지면을 밀고 나가는 느낌도 무척 마음에 들었다.

다만 고속 주행에서 가속페달을 꾹 밟아도 빠르고 강력하게 치고 나간다는 느낌이 없는 점은 아쉬웠다. 하이브리드차에서 터보 스포츠 모델의 힘을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초반 가속에 비해 고속 주행은 힘이 부족해 보였다.

주행을 마치고 확인한 어코드 하이브리드의 복합연비는 17.9㎞/ℓ. 공인연비(복합 18.9㎞/ℓ, 고속 18.7㎞/ℓ, 도심 19.2㎞/ℓ) 보다는 조금 떨어지는 수준이었지만, 급가속, 급정지를 반복한 것을 감안해도 훌륭한 연비였다. 함께 시승에 나선 일부 기자들 가운데선 20㎞/ℓ가 넘는 연비를 기록했다는 이들도 있었다.

혼다코리아는 10세대 신형 어코드가 어코드 사상 가장 강력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자부한다. 특히 전체 판매대수의 60%를 하이브리드로 가져가겠다 할 정도로 하이브리드에 대한 기대가 크다. 과연 시승을 마친 뒤 돌아본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고속 주행 시 폭발적인 가속에 대한 욕심’만 버린다면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만한 차였다. 가격은 ▷EX-L 4240만원 ▷투어링 4540만원으로, 도요타 캠리와 달리 정부 지원금도 받을 수 있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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