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ㆍ리설주 퍼스트레이디 외교…‘보통 국가’로 변모하려는 北

[사진=연합뉴스]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김정숙 여사와 리설주 여사는 남북정상회담이 진행되는 2박3일 동안 전공인 성악을 매개로 친분을 쌓는 일정을 소화한다. 영부인을 남북 정상회담 일정에 포함하지 않는 북한 특유의 관례가 4ㆍ27 정상회담에 이어 이번에도 깨졌다.

청와대에 따르면 남북의 두 영부인은 정상회담이 열리는 18일 오후 옥류 아동병원, 김원균 음악종합대학을 참관한다. 음악종합대학은 북한의 음악 분야 종합교육기관으로 작곡가 김원균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졌다. 북한 내 최고 음악예술인 양성기관으로 북한에서 손꼽는 음악인들은 대부분 이곳에서 교육받았다. 첫날 회담이 끝나고서 김 여사는 문 대통령 등과 함께 환영만찬에 참석한다.

19일 오전 두 번째 회담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만경대 학생소년궁전을 방문할 예정이다. 만경대 학생소년궁전은 북한 청소년들이 예체능 관련 방과 후 전문교육을 받는 곳이다. 예술에 관심이 많은 두 여사를 위한 맞춤형 일정인 셈이다.

두 여사는 음악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회담 분위기를 띄우는 데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는 경희대학교 음악대학 성악과를 졸업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결혼하기 전까지는 서울시립합창단 단원이었다. 리 여사는 예술 전문학교인 평양 금성2고등중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인민보안성 산하 조선인민군내무군협주단을 거쳐 은하수관현악단 독창가수로 활약했다.

4ㆍ27 정상회담 때도 두 여사는 조력자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만찬 자리에서 리 여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김 여사에게 술을 권하기도 했다. 성악과 출신인 김 여사가 북한 은하수관현악단에서 독창가수로 활동한 리 여사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는 후문이 들렸다.

리 여사의 적극적인 행사 참여는 북한이 정상국가로의 변화를 모색하는 증거로 풀이된다. 북한이 정상회담 일정에 부인을 포함하는 통상적인 ‘외교 관례’를 따르는 셈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이런 모습이 연출되지 않는 편이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교수는 이날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70년대 김일성 체제 때 중국과의 만남에서나 간혹 있었던 일이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김대중ㆍ노무현 정부에서 추진했던 두 정상회담 당시에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배우자를 대다수 행사에 동참시키지 않았다.

양 교수는 “정상국가의 정상적인 지도자상을 국제사회에 각인시키려는 것이다”고 말했다. 4ㆍ27 정상회담 당시 리 여사가 김정은 위원장을 ‘위원장’이 아닌 ‘남편’이라고 호칭한 것과 관련해서도 “보통 사람의 보통가정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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