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관광두레 성공 이끈 이희오 협의회장] “여행자에 ‘대접받았다’ 느낌줘야 한다”

낙동강이 내려다 보이는 시례예술촌 대문에 앉아 미소짓는 이희오 대표

“여행자에게 ‘대접받았다’, ‘참 좋았다’, ‘뭔가 남는다’라는 느낌을 주는 것이 공급자의 여행입니다. 행복을 느끼는 감성은 아름다움, 추억의 재생, 배움, 따뜻한 인정과 진정성, 정성 등인데, 안동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그랜드슬램을 목전에 둘 정도로 좋은 자원들이 많고, 이를 기반으로 ‘좋은 여행’의 키워드에 맞는 덕목을 구현하기 위해 여행자와 입장 바꿔 역지사지 고민을 했던 것 같습니다.”

현재 안동관광두레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버스로기획 여행사의 이희오(48)대표는 문체부 공모에서 관광두레 PD로 뽑힌 전미경(43) 관광콘텐츠학 박사의 집요한 설득 끝에 관광두레에 합류했다.

서울에서 내로라 하는 여행사 한진관광의 해외여행부장을 지내던 이 대표는 2013년 “주변을 배회하는 사람을 조심하라. 언젠가는 걸려든다”는 지인들의 경고 대로, 마침내 전 PD의 설득에 넘어가고 말았다.

고향은 의성, 학교는 대구에서 나오고, 세상물정은 서울과 세계 100개국을 다니며 익혔지만, 의성 옆 안동은 고향이나 다름 없다. 준비가 덜 됐다고 느꼈을 뿐 내심 해보고 싶던 일이었다.

문체부-한국문화관광연구원-한국관광공사의 지원 속에 ‘고(Go)타야 게스트하우스’로 시작해 ‘버스로기획’ 여행사 경영으로 이어진다. 처음은 누구나 그렇듯 ‘맨 땅의 헤딩’이고, 연착륙을 해야 공공기관의 헌신적인 도움이 빛을 발하므로, 경영 초반기 설득, 섭외, 네트워크화, 여행자 반응 체크 등 지난한 과정을 거쳤다. 그가 용계은행나무 들판에서의 소풍식 점심을 기획한 것도 세대별-성별-취향별로 좋아할만한 코스 등을 여행자 입장에서 고민한 결과물이다. 야외 점심상에는 친환경 토속 음식에 근사한 레드와인이 ‘턱’ 하니 올려져 있다. 여성 취향을 저격한 이희오식 감성 발굴의 한 단면이다.

‘알쓸신잡’ 혹은 ‘어쩌다 어른’ 처럼 깊이와 넓이, 지식과 예능감이 버무려진 입담을 전해주던 이 대표는 지례예술촌에선 입을 닫는다. ‘멍 때리는 기쁨’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의병 거점인 안동 만덕정을 ‘낭만가도’ 여행에 포함시킨 것은 ‘흥행’의 이치를 알기 때문이다.

안동 관광두레가 큰 성공을 거둔 여러 요인 중 하나는 이 대표가 세계 100여개국을 여행한 베테랑이고, 배낭여행 전문가이자 히말라야 트레킹 등 오지여행 전문가라는 점이 작용했다. 그만큼 다채로운 자원을 유효적절하게 연결시켜 오감만족 여행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는 “게스트하우스엔 사람들이 모이고 그들은 여행을 할 것인데 이 분들을 어떻게 이끌까 생각하다가 동남아나 유럽의 하프데이 투어를 떠올리며 ‘안동빅5’, ‘낭만가도’ 프로그램을 시작했다”면서 “앞으로는 음식여행, 고택 1박2일 휴식형 여행, 인근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이 있는 청송과 마늘소녀의 고향 의성을 묶는 프로그램도 개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안동 여행의 새로운 고리로 고려시대를 거론한다. 조선 성리학의 본향이라는 의미에 앞서 70년간 고려의 사실상 수도로 기능하는 등 안동의 고려 유적들을 발굴해 알리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안동반가, 안동식선, 안동서로가, 공연 및 파티기획 업체인 안동풍류, 안동국시의 명성을 회복할 안동면가, 안동댐 권역 관광을 선도할 안동 외가집, 안동 청년문화해설 활동가들의 ‘안동 왔니껴’와의 협업도 더욱 활발하게 펼칠 계획이다.

함영훈 기자/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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