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남북경협 진전 위해서라도 비핵화 성과 도출해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문재인 대통령 특별수행원으로 방북한 경제인들이 18일 리용남 북한 내각부총리와 만났다. 리 부총리는 북한 경제의 사령탑으로 우리의 경제부총리에 해당하는 고위급 인사다. 이날 남북한 경제인의 만남은 구체적인 현안 논의없이 서로 인사를 나누는 의례적인 자리였다. 하지만 그 의미는 각별하다. 남북경협의 재개 가능성과 기대감을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남북 경제인 회동은 분위기가 상당히 좋았다고 한다. 이 부회장은 “마음의 벽이 사라진 듯하다”는 말로 친근감을 표시했고, 삼성의 경영철학을 언급하며 한민족으로서의 동질성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이런 감정들은 훗날 실질적인 경협 논의가 진행될 때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 리 부총리는 “북남관계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철도협력”이라며 경협의 절박함을 은근히 내비췄다. 그만하면 이 자리를 마련한 소기의 성과는 충분했다.

실제 북한은 김정은 체제가 구축된 이후 경제개발에 대한 의욕을 보이고 있어 남측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우리 정부 역시 이번 방북을 통해 지난 4월 판문점 선언에 언급된 남북경협을 보다 진전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청와대가 4대 그룹 총수 등 경제인을 특별수행단에 대거 포함된 것은 이같은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북한은 전기 철도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이 노후화되거나 절대 부족해 경협이 이뤄지더라도 효과를 내기가 어렵다. 특별수행단에 한국전력과 한국철도공사 사장도 포함시킨 것은 그 실무적 논의까지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남북 경협이 진전되면 우리 경제에도 얼마든지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북한이 개방되면 경제개발에 참여할 기회도 선점할 수 있다. 일방적인 퍼주기라는 편협한 시각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다만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여전히 유효한 상황에서 지금은 실질적인 남북경협이 불가능하다는 게 문제다. 방북 기업인이 북한에 대한 투자 계획을 내놓았다가는 당장 국제사회로부터 엄청난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 재계도 대북제재가 완전히 해제된 뒤에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조심스런 입장이다. 결국 북한의 비핵화가 남북경협 활성화의 대전제인 셈이다.
남북한 원하는 방향의 경제협력이 이뤄지기 위해서라도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성과를 도출해야 한다. ‘비핵화 방침 재확인’같은 공허한 수사만 남은 정상회담이라면 방북 기업인들을 들러리로 데려갔느냐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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