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안이 있다는데 그린벨트를 왜 해제하려는가

그린벨트 해제를 두고 국토부와 힘겨루기중인 서울시가 자체적인 주택공급 계획을 내놨다. 가락동 옛 성동구치소 부지 등 도심 유휴지를 활용하고 상업지역 주거 비율과 준주거지 용적률을 올려 2022년까지 서울 시내에 새 주택 6만2000호를 공급하겠다는 방안이다. 수도권에 공급할 전체 30만채 중 5만채를 서울 시내에 공급해야 한다는 정부의 의사를 반영한 것이다.

그럼에도 국토부는 직권으로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방법까지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30만㎡ 이하 규모의 그린벨트 지정ㆍ해제 권한은 2016년 광역시장ㆍ도지사에게 이양했지만, 공공주택 건설 등을 위해선 국토부 장관이 직권으로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토부가 그린벨트를 풀려는 것은 신도시 방식에 대한 환상이다. 서울이나 서울 인접 지역에 일거에 대규모 주택을 공급한다는 신호를 줌으로써 앞으로 집을 사기 더 어려워질 것이란 불안감을 느끼는 무주택자나 1주택자들의 가수요를 잠재우고 신규 주택 매수를 지연시킬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그린벨트를 풀어 주택을 공급하더라도 서울 집값이 잡힌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해당 지역의 투기 심리를 자극해 인근 집값 상승을 부를 수 있다. 이명박 정부가 2012년 강남권 그린벨트를 풀어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했지만 ‘로또 아파트’가 돼 최초 입주자의 배만 불렸다. 게다가 일부 비인기 지역은 아직도 주택용지가 다 팔리지 않은 상태다. 신도시 무용론이 나오는 이유다.

그보다는 슬럼화되는 도심을 개발해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미 선진국들은 신도시 개발을 중지한 지 오래다. 미국 뉴욕과 일본 도쿄 등은 신도시를 통한 수평적 확장에서 벗어나 도심 재개발을 통한 수직적 확장이 대세다. 고밀도ㆍ초고층 도심재생 사업으로 주거와 상업ㆍ업무ㆍ문화 등이 어우러진 ‘콤팩트 시티’를 구현하고 있다.

서울도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고 용적률을 끌어올려 도심 내 ‘미니 신도시’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도시 경쟁력도 높이고 대규모 수도권 택지 개발에 따른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보다 중요한 것은 그린벨트의 의미다. 그린벨트는 ‘가용 택지’가 아니다. 집을 지을게 아니라 야영, 자연학습장 등으로 광범위하게 지역내 주민에게 편익을 제공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그린벨트는 도심 확산을 막는다는 최초의 목적을 넘어 여가공간으로 적극적으로 이용되어야 할 미래세대의 소중한 녹지다.

서울시가 대안을 마련했다는데 굳이 그린벨트를 훼손할 이유는 없지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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