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성 소장 퇴임…‘5기 헌재’ 역사 속으로

“권력자와 결별하겠다는 의지
헌법재판의 독립 확보되는 것”
민주주의 완성 나침반 역할 당부
김이수·김창종 재판관 등도 퇴임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구성에 관해 어떠한 권한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 권한이 없는 까닭에 헌법재판의 독립은 확보되는 것입니다. 오직 재판관들이 재판소 구성권자와 결별하겠다는 의지를 굳건하게 지님으로써 헌법재판의 독립은 확보되는 것입니다.”

이진성(62ㆍ사법연수원 10기) 헌법재판소장은 19일 6년 간의 재판관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면서 헌재의 독립성을 강조했다.

이 소장은 이날 오전 서울 재동 헌재 대강당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독립성을 바탕으로 불완전한 민주주의를 완성시키는 나침반 역할을 하는 헌법재판을 더욱 발전시켜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날 이 소장 외에 김이수(65·9기)·김창종(61·12기)·안창호(61·14기), 강일원(59·14기) 재판관도 함께 임기를 마쳤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적은 정당해산 심판과 대통령 탄핵심판을 심리하며 헌법과 법률이 정한 모든 종류의 헌법소송을 경험한 5기 헌재 활동이 사실상 마무리되는 셈이다.

퇴임식에서 ‘미스터 소수의견’ 김이수 재판관은 자신이 외롭게 사건을 심리했던 정당해산 사건을 언급했다. 헌재는 재판관 8대1의 의견으로 통합진보당을 해산해야 한다고 결정했고, 김 재판관은 유일하게 소수의견을 냈었다. 그는 “한국사회에서 입지가 미약했던 진보정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고뇌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며 “회고해보면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저의 능력의 한계로 잠을 이루지 못한 날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사회는 차별과 편견, 그리고 소외로 인해 그늘진 곳이 있어 헌법의 따듯한 기운이 어둡고 그늘진 곳에도 고루 펴져나가 이 나라가 더욱 건강하게 발전하기를 간절히 원한다”고 덧붙였다.

김창종 재판관은 “지난 6년 동안 5기 재판부가 처리한 사건을 정리해보니 정말 정신없이 달려온 것 같다”면서 “반복적으로 같은 내용의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남소를 방지할 대책도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는 당부를 남겼다.

안창호 재판관은 “우리 구성원 모두가 자유롭고 평등하며 안전하고 행복하며, 도덕적으로 수준 높고 물질적으로도 풍요로운 국가공동체에 대한 꿈이 있다”면서 윤동주 시인의 ‘서시’를 낭독하고 퇴임사를 마쳤다.

서울고검장 출신의 안 재판관이 퇴임하면서 헌재 개소 이래 30년 만에 검찰 출신 재판관은 명맥이 끊길 가능성이 커졌다.

5기 헌재에서 활동했던 대검 공안부장 출신의 박한철(65·13기) 전 소장은 지난해 1월 퇴임했다. 5기 헌재 구성원 중 판사 출신의 조용호(63·10기), 서기석(65·11기) 재판관은 내년 4월 임기가 끝난다.

좌영길 기자/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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