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가해자에 무고로 고소당한 ‘한샘’ 성폭행 피해자…경찰 수사강행 ‘논란’

[사진=헤럴드경제DB]

-직장상사 성폭행 ‘기소의견’ 檢 송치 직전 무고 맞고소
-대검 ‘성폭력 종결때까지 무고 수사중지’ 지침에도 수사강행
-피해자는 극심한 스트레스…경찰, 뒤늦게 ‘수사중지’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재고소와 경찰 수사 끝에 성폭행 혐의가 인정돼 직장 상사가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한샘’ 성폭행 사건과 관련, 피의자가 피해자를 무고 혐의로 고소해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피해자 측 의견을 접수해 수사를 중지했지만, 피해자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경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경기 화성동부경찰서는 피해자 A 씨의 전 직장상사 B 씨의 고소장을 접수해 무고 혐의로 A 씨에 대한 수사를 맡고 있다.

앞서 A 씨의 재고소 수사를 맡은 서울 중부경찰서는 지난달 강간 혐의로 B 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A 씨가 성관계를 거부하는 의사표시를 했지만, B 씨가 이를 무시하고 강제로 옷을 벗기는 등 강압적으로 성관계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그러나 송치 직전 B 씨측은 “과거 서로 호감을 느끼고 있던 사이에 가진 정상적인 성관계를 가졌는데, A 씨가 뒤늦게 성폭행으로 허위 주장하고 있다”며 검찰에 무고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고, 경찰은 A 씨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경찰이 피의자 신분으로 A 씨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자 A 씨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찰청이 ‘성폭력 피의자가 피해자를 무고로 맞고소한 경우 성폭력 수사 종결 때까지 무고 수사를 중지한다’는 내용의 수사매뉴얼을 이미 배포했지만, 당시 경찰은 “아직 검찰로부터 구체적인 지시가 내려오지 않았다”며 A 씨에게 소환조사를 요구했다. 이후 피해자 측에서 수사 매뉴얼에 따른 수사중지를 재차 요구했고, 경찰은 최근 사건을 ‘수사중지’ 상태로 변경했다.

피해자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는 김상균 변호사(법무법인 태율)는 “이 사건 외에도 성폭력 가해자가 피해자를 무고로 역고소하는 상황을 지금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며 “대검찰청에서 지침에 따라 수사중지를 경찰에 요구했고, 경찰도 이를 받아들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사건은 지난해 11월 A 씨가 인터넷을 통해 회사 내 성폭력 피해를 폭로하면서 시작됐다. 지난해 1월 입사한 A 씨는 입사 3일 만에 사내 성폭력을 겪었고, 이를 감독해야 할 교육담당자였던 B 씨에게 다시 성폭행을 당했다.

A 씨는 사건 발생 다음날인 지난해 1월 15일 B 씨를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지만, 한 달 만에 고소를 취하했고, 당시 사건을 맡은 서울 방배경찰서는 고소 취하에 따라 B 씨를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A 씨는 이후 고소 취하 배경에 인사팀장이 회유와 압박을 했다고 주장하며 B 씨를 지난 3월 재고소했고, 경찰의 송치에 따라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회유 논란에 대한 조사에 나섰던 국가인권위원회는 실제 인사팀장의 강요가 있었다는 결론에 따라 인사팀장에게는 특별인권교육을 권고하고 한샘 대표에게는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을 요구했다.

osyoo@heraldcorp.com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