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마가 불러온 ‘동물원 존폐’ 논란…문제는 ‘허술한 동물원법’

18일 대전 오월드의 사육장에서 탈출한 퓨마. [연합뉴스]

-전문인력 현황 등 제출시 개장가능…외국은 엄격한 허가제
-종별안전ㆍ복지 규정 전무…“가이드라인 구체화를”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지난 18일 동물원 사육장에서 탈출한 퓨마가 사살되자 동물원 존폐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동물의 안전과 복지 규정을 구체화한 가이드라인만 있었어도 멸종위기종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오월드를 운영하는 대전도시공사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전 동물사가 중형육식동물사를 청소한 뒤 2중으로 된 출입문의 잠금장치를 제대로 잠그지 않아 퓨마가 오후 5시께 탈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동물사가 최소 5시간 동안 열려 있었지만 그 누구도 알아채지 못한 것이다.

이같이 동물원이 운영되는 배경에는 허술한 동물원법이 있다는 지적이다.

현행법상 별다른 절차없이 누구나 동물원을 등록제로 개장할 수 있다. 동물원수족관법에 따르면 동물원이나 수족관을 운영하려는 자는 ▷시설의 소재지 ▷전문인력 현황 ▷보유 개체 수 등의 자료만 지방자치단체에 제출해 등록하면 된다. 안전관리계획과 질병 관리계획 등도 제출하도록 되어 있지만 동물원 등록 이후 계획 이행 여부나 관리 상태를 점검하는 제도는 없다. 사실상 무용지물인 셈이다.

실제로 퓨마가 살고 있던 중형동물육식사에선 7대의 CCTV가 설치돼 있었지만, 퓨마의 탈출과정은 전혀 녹화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원에서 허술한 관리로 동물이 탈출하는 사례는 꾸준하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 1976년 8월 창경원에서 침팬지가 탈출해 사육사에게 붙잡혔고, 지난 2005년에는 서울 어린이대공원에서 코끼리 6마리가 탈출한 바 있다. 지난 2013년 서울대공원에서는 사육장을 탈출한 시베리아 호랑이가 사육사를 물어 숨지게 했다. 당시에도 사육장 내부와 전시장 사이에 있는 ‘호랑이 문’이 잠겨있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선진국 대부분에선 동물원을 등록제가 아닌 엄격한 허가제로 운영된다. 영국의 경우 야생동물 종에 따라 지켜야 하는 안전 및 동물복지 규정이 있고, 정부 소속의 동물원 감사관이 주기적으로 동물원을 방문해 시설이 규정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점검한다.

전문가들은 동물의 위험한 탈출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선 해외 선진국 수준으로 동물원의 안전과 복지 규정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이형주 대표는 “우리나라 동물원법은 동물을 위해 적정한 사육공간만 제공해야 한다는 규정만 있을 뿐 종별로 어떠한 사육 환경을 제공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이드라인이 전혀 없다”며 “동물 복지와 안전 규정만 구체적으로 만들어져야 이번 퓨마 사살과 같은 비극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조사에 나선 금강유역환경청은 야생생물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오월드 동물원에 대해 행정처분을 내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오월드는 퓨마 탈출 이후에도 별다른 안전 조치 없이 동물원을 정상 개장하고 있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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