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동백서ㆍ조율이시? 근거없어…차례상은 분수에 맞게 차리면 됩니다”

“홍동백서, 조율이시와 같은 규칙은 원래 예서에는 없는 내용입니다.” 서정택 성균관 전례위원회 위원장은 주자가례나 가례집람, 격몽요결과 같은 잘 알려진 예서등을 통해 이같은 내용을 설명했다. 또 잘못된 허례허식으로 인해 차례문화가 현대인들에게 ‘부담’으로 자리잡는 데 대해선 아쉬움을 표했다. [사진=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서정택 성균관 전례위원장 인터뷰…“복잡한 예법, 예서에도 없어”
-‘특산품’, ‘분수에 맞는 것’ 정성스레 올리는게 중요
-차례는 제사보다 형식 간소, 성묘가서는 더 간소하게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또르르 또르르” 유선전화기의 수신음이 끊기지 않고 수차례 울렸다.

인터뷰를 진행하던 서정택 성균관 전례위원회 위원장은 헐레벌떡 달려가 전화를 받는다. 수화기 속 상대방은 이번 추석 차례상을 준비하는 일반 시민이었다. 서 위원장은 차근차근 질문에 답한다.

그는 “명절 때가 되면 하루에 스무통은 넘는 문의 전화가 온다”면서 “직접 (성균관까지)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사람들의 관심도 많고, 말도 많은게 ‘명절 차례’다. 종교적 이유ㆍ개인적인 여유 탓에 차례를 지내지 않는 집안도 많아졌지만, 차례는 여전히 많은 가정에서 큰 ‘숙제’가 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홍동백서(紅東白西ㆍ붉은 과일은 동편, 흰 과일은 서편)’, ‘조율이시(棗栗梨枾ㆍ왼쪽부터 대추, 밤, 배, 감)’ 등 차례상 예절이 있다. 한자와 유교 예법이 생소한 현대인들에겐 복잡한 탓이다.

하지만 최근 서울 명륜동의 성균관에서 만난 서 위원장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이같은 예법이 “예서에도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주자 선생의 ‘주자가례’나, 주자의 가례를 김장생 선생이 해석한 ‘가례집람’, 그리고 율곡선생의 ‘격몽요결’ 등 예서에는 ‘적(炙)’과 ‘과(果)’ 등 육류와 과일 위치에 대한 큰 구분만 있을 뿐이다. 무슨 과일을 놔야 한다든지, 과일의 위치를 정해야 한다든지 하는 내용은 담겨있지 않다.

차례상에 올려지는 과일은 그 지역에서 나는 특산품, 제철 과일을 올리면 된다. 그는 “우리 것이 아닌 구하기도 힘든 외래 과일을 놓는 것은 그렇지만, 이외 과일을 놓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사(혹은 차례)라는 것은 성의껏 조상을 모시는 것인데, 빚을 내가지고 제사(혹은 차례)를 모시면 되겠냐”면서 “바닷가에 살면 거기에 맞는 물고기를, 산에 사는 사람은 산에서 나는 과일이나 산나물을 올려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서 위원장은 예법을 설명하면서 “중요한 것은 제 분수에 맞게, 정성껏 차례상을 차리는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차례는 ‘조상숭배’ 이외에도 후손들의 친목도모의 장인데 차례 때문에 불행해서는 안된다”면서 “명절이 끝난뒤 ‘증후군에 시달린다’든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차례상이나 제사상은 ‘푸짐하게’ 격식에 맞춰서 차려져야 한다는 기존 고정관념과는 조금 다른 내용이다.

정부기관이나 단체들은 명절이 다가오면, 기존 고정관념에 맞춰 정례화된 상차림법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배포한다. 사단법인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추석을 일주일 지난 17일 대형마트의 4인 가족 기준 차례상 상차림 비용은 30만9600원에 달했다. 기본적으로 알려진 상차림 음식들에 맞춰서 나온 금액이다. 우리 사회가 차례상을 얼마나 정형화된 모습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한편 서 위원장은 피자나 파스타 등 외래 음식을 올려도 되냐는 질문에는 “예서에는 그런 음식을 올리지 말라는 내용은 없다”며 일축했다. ‘분수에 맞게’, ‘정성껏’ 상을 차리라는 그의 메시지와 일맥상통한다.

실제로 차례상은 시대에 맞춰서 조금씩 변화해 왔다. 과거 30년전만 하더라도 향나무를 빚어서 만든 나무 향을 제사상에 꽂았다. 그런데 현재는 불교에서 사용하던 막대향을 많이 사용한다. 사용이 간편하고, 가격도 저렴해졌기 때문이다. 음식이나 상 구성도 시대에 맞춰 달라질 수밖에 없다.

서 위원장은 “공자님도 생전에 ‘살아있는 자신도 모르면서, 사후세계는 알 수 없다’고 하셨다”면서 “무슨일을 하든 우리 산사람의 그게 더 중요한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단, 최근에는 제사를 고인이 돌아가신 전날 지내는 집들이 있지만, 이는 잘못된 예법이다. 고인이 돌아가신 날 ‘자정’이 넘으면 제사를 지내던 것이 기존의 풍습인데, 이같은 풍습이 잘못 전해져왔기에 생긴 현상이다. 차례는 제사와 비교했을 때 ‘약식’으로 지낸다. 제사는 잔을 세 번 올리는 반면, 차례는 단잔을 올린다. 제사 도중 축문을 읽는 과정이 있지만, 차례의 경우에는 축문이 없다. 성묘에 가서는 더욱 간소하게 상을 차린다. 차례상에는 추석은 송편, 설은 떡국을 올리는데 성묘는 ‘주과포(酒果脯)’만을 지참하고, 밥은 해가지 않는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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