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 韓美전문가 “평화·비핵화 구분…文대통령, 北전술 휘말려”


6인의 ‘9월 평양공동선언’ 시각

베넷 등 “北, 핵신고 결국 거부”
“종전선언 조건성립 보기 어려워”
“주변만 논의…살라미 전술 전형”

‘9월 평양공동선언’으로 북미대화에 다시 순풍이 불게 됐지만, 미국정책에 정통한 한미 전문가들은 20일 비핵화 부분에 성과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또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살라미’ 전술에 손을 들어줬다며 대북정책을 둘러싼 한미 갈등을 우려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은 미국이 요구한 핵ㆍ미사일 신고를 결국 거부했다. 영변과 서해(동창리)에서 양보카드를 제시했지만, 결국 핵무기는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미”라며 “이는 지난 1992년 핵협상과 9ㆍ19 공동성명 등에서 이뤄졌던 핵ㆍ미사일 신고와 검증이행보다도 후퇴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은 예측하기 힘들지만 이번 회담 결과만으로 협상실무팀이 비핵화에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미국이 종전선언을 하기 위한 조건이 성립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베넷 연구원은 남북경협에 속도를 내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우려도 표명했다. 베넷 연구원은 “문 대통령은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가 제재대상으로 지정한 만수대창작사를 직접 찾아가 홍보해줬다”며 “북한산 석탄 반입의혹에 대한 충분한 해명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정부는 미국과 상의없이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한의 압박’ 캠페인을 와해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남북한 관계에는 상당한 진전이 있었지만 비핵화에선 큰 진전이 없었다”며 “북한은 또 한번 ‘핵 신고, 외부 검증 수용, 핵 불능화 일정 제시’를 거부했다”고 꼬집었다.

프랭크 엄 미국평화연구소(USIP) 선임연구원도 “종전선언을 위한 조건이 성립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북한은 매우 소소한 양보조치(minor concessions)들을 하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으로부터 주요 양보조치들을 이끌려는 전형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원래 작은 일도 크게 부풀려 홍보하는 성향이 있다. 북미대화의 진전여부는 폼페이오 장관의 재방북 여부가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정책분야에 정통한 한국 전문가들도 미국 조야의 부정적 반응을 관측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은 “미국에서는 북한은 종전선언을 받고 핵ㆍ미사일 신고 리스트를 내줄 의사가 없음을 내보였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실제 종전선언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원은 “미국에서는 北 전체 핵ㆍ미사일 시설 파악없이 동창리ㆍ영변 시설 폐기를 비핵화로 일원화했다고 지적할 것”이라며 “문제는 이번 평양선언에서 남북 정상이 비핵화와 평화를 따로 구분하고 있다는 것이다. 남북간 군축만으로 평화를 선언함으로써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는 별개라는 잘못된 메시지를 미국에 발신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 원장은 “비핵화 전체궤도로 들어가려면 핵ㆍ미사일 신고가 있어야 한다”며 “그러나 북한은 기존에 폐기했다고 한 동창리 미사일엔진 시험장과 발사대, 그리고 영변핵시설을 거듭 언급하며 주변부 논의만 지속하고 있다. 전형적인 살라미 전술”이라며 “문제는 문 대통령이 ‘선(先) 평화 후(後) 비핵화’ 담론에서 ‘핵 있는 평화’ 담론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살라미 전술에 휘말렸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도훈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프레스센터에서 “어제는 9ㆍ19공동성명이 채택된지 13년 되는 날이었다”며 “그 이후 25년동안 북한이 비가역적 핵폐기를 하겠다고 정상급은 물론이고 말한적이 없다. 9ㆍ19성명과 비교해 평양선언의 비핵화 내용이 짧지만, 여기까지 2년 이상 걸렸다. 지금 이뤄진 성과는 과거에 쉽게 올 수 없었다. 정상급에서 탑다운 방식의 효용도 증명됐다”고 밝혔다. 

문재연 기자/munj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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