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보은, 황금빛 평사리…뿌듯한 ‘결실 여행’

보은 사과 여행

연평도엔 꽃게, 양양엔 귀향한 연어
여주의 고구마, 남원 다랭이논의 절경
한국관광공사 10월 추천 가볼만한 곳

[헤럴드경제=함영훈기자] 가을은 풍요의 계절이다. 결실이 있는 곳으로의 여행은 뿌듯하고 건강하다.

연평도 바다에선 꽃게, 양양 남대천에서는 연어, 남원 다랭이논과 하동 들판에선 곡식, 나무에는 열매, 밭에서는 고구마가 탐스러운 자태로 우리의 마음을 부자로 만든다.

대추와 사과로 유명한 충북 보은은 수확의 붉은 열정으로 분주하다. 농부의 정성이 담긴 대추와 사과를 맛보기 위해 전국에서 여행자가 몰려든다. 보은 대추는 특별해서 임금님께 진상했다. 아삭하게 씹히는 맛과 높은 당도를 자랑한다.

보은은 10월 12일부터 21일까지 뱃들공원과 속리산 일원에서 대추축제를 연다. 직접 대추를 따보는 것은 ‘결실 여행’의 기쁨을 배가시킨다.

사과나무체험학교에 미리 신청하면 빨간 사과를 직접 따는 즐거움도 누린다. 붉은 과수원은 다른 계절 명승지 보다 멋진 관광지가 된다.

보은에는 대추와 사과 외에도 신라 시대 산성인 삼년산성과 소나무 향기 가득한 솔향공원, 한옥의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우당고택이 있다. 천재 시인 오장환을 기리는 오장환문학관이 마음의 양식까지 채워준다.

한국관광공사(사장 안영배)는 풍요로운 수확의 기쁨을 누릴수 있는 보은 등 6곳을 10월 추천 가볼만한 곳으로 선정했다. 

연평도 꽃게 여행-가래칠기 해변

연평도 꽃게= 가을이 깊어감에 따라 푸른 잎에 붉은 단풍이 들 듯, 바닷속에서도 가을의 맛이 익어간다. 산란기를 거친 가을 꽃게는 껍데기가 단단해지고 속살이 차오른다. 제철 꽃게는 부드러우면서 달큼해 국물이 시원한 꽃게탕으로, 짭조름하고 달콤한 밥도둑 간장게장으로 우리를 유혹한다. 인천항에서 배로 2시간 거리에 있는 연평도는 지금 꽃게 천국이다. 우리나라 꽃게 어획량의 약 8%를 생산하는 곳으로, 해 뜰 무렵 바다로 나간 꽃게잡이 배가 점심때쯤 하나둘 돌아오면서 포구는 거대한 꽃게 작업장이 된다. 섬 주민이 모두 손을 보태는 꽃게 작업은 외지인에게 그 자체로 진풍경이다.

조기 파시의 영화를 간직한 조기역사관, 자갈 해변과 해안 절벽이 절경인 가래칠기해변, 깎아지른 절벽이 영화 〈빠삐용〉을 연상시키는 빠삐용절벽, 연평해전의 기상과 희생을 추모하는 연평도평화공원, 길이 1km 구리동해변, 마을 중심 골목을 따라 이어진 조기파시탐방로 등 대연평도는 자연과 역사가 어우러진다. 1박 이상 머무는 여행객이 예매할 경우 여객 운임을 50% 할인해주니, 제철 꽃게와 연평도의 가을 바다를 맛볼 절호의 기회다.

남원 다랭이논

남원 다랭논은 골드바 계단= 전북, 전남, 경남과 남원, 구례, 하동, 산청, 함양을 연결하며, 21개 읍면과 120여 개 마을을 잇는 장장 295㎞의 지리산 둘레길엔 꽃게와 연어 등 바다 산물을 제외하고 대한민국의 모든 수확물이 다 있다.

그 중 인월-금계 구간(20.5㎞)은 보석처럼 빛나는 비경을 품었다. 다랭이논에서 황금빛으로 춤추는 벼, 저녁노을보다 붉게 익은 고추 등의 팔색 풍경 속에 초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 건넛마을로 향하는 촌로의 느린 걸음이 그려져 있다.

뜨거운 여름을 온몸으로 견뎌낸 농작물은 흙을 떠날 채비를 마쳤다. 수확의 계절, 지리산둘레길의 가을은 도리어 푸르디푸르다. 인월-금계 구간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단일 사찰 중 가장 많은 보물을 간직한 실상사, ‘지리산 속 석굴암’ 서암정사도 들러보자. 인월전통시장 구경은 덤이다. 걷지 않았다면 몰랐을 진짜 가을 이야기가 시작된다.

양양의 연어

양양, 연어의 귀향= 추석귀성객 처럼 연어가 귀향한다. 거친 파도를 헤치고 세찬 물살을 거슬러 남대천으로 돌아오는 연어의 회귀본능은 어떤 그리움보다 뜨겁다.

남대천 갈대숲이 은빛으로 출렁이고 어머니의 강으로 돌아온 연어가 산란을 시작하면, 남대천 일대는 단풍과 양양연어축제(2018년 10월 18~21일)로 붉게 달아오른다. 이 가을, 핫 플레이스는 양양이다. 오산리선사유적박물관은 선사시대로 떠나는 타임머신이다. 70만 년 전 도화리 구석기시대 유적부터 신석기, 철기시대까지 양양의 시대별 유적을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청정 자연과 레포츠를 만끽하는 송이밸리자연휴양림에서 스릴 넘치는 짚라인과 모노레일을 타고, 서핑의 성지로 떠오른 죽도해수욕장까지 달리면 양양의 토속 음식인 뚜거리탕과 은어튀김이 헛헛한 속을 든든하게 달래준다.

하동 레일바이크

박경리 ‘토지’의 그곳, 거대한 골드바=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의 배경인 하동은 이즈음 거대한 골드바가 된다. 과거 소작인이 일궜지만, 이젠 모두 내 땅, 내 쌀, 국민이 먹을 양식이다.

황금빛 들판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하동 평사리들판은 가을 정취를 온몸으로 느끼는 여행지이다. 고소성에 오르면 평사리들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지리산 자락 형제봉과 구재봉이 들판을 품고, 섬진강이 재잘재잘 흘러가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고소성에서 내려와 평사리들판을 뚜벅뚜벅 걷다 보면 부부송을 만난다. 들판 한가운데 자리한 소나무 두 그루는 악양면의 상징이자 수호신이다. 가을바람이 황금 들판을 밟고 걸어가는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평사리들판을 걸은 뒤에는 드넓은 다원에서 차 한 잔의 여유를 누리는 매암차문화박물관, 벽화가 재미있는 하덕마을 골목길갤러리 ‘섬등’에 들러보자. 코스모스 꽃밭 사이를 달리는 하동레일바이크를 타면 호박마차 신데렐라가 부럽지 않다.

여주의 고구마

여주 고구마캐기는 보물찾기= 청명한 가을 하늘이 가족 나들이를 부추긴다. 풍요로운 수확의 계절에 아이들과 함께 경기도 여주로 고구마 캐기 체험을 나서보자. 땅속에서 보물을 찾듯 튼실하게 자란 고구마를 줄줄이 캐내다 보면 어느새 마음까지 풍성해진다. 여주는 예전에 밤고구마가 유명했지만, 지금은 일명 ‘꿀고구마’라 하는 베니하루카 품종을 많이 재배한다. 수확한 뒤 시간이 지날수록 달고 고소해서 인기다. 넓은들녹색농촌체험마을은 가을철 고구마 캐기를 비롯해 고구마묵 만들기, 떡케이크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고구마 캐기 체험은 1인당 7000원이며, 수확한 고구마는 2kg을 가져갈 수 있다. 여주역까지 경강선(전철)이 개통되어 대중교통 이용도 가능하다. 수확 체험 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세종 영릉과 효종 영릉에 들러보자. 휴대전화의 역사와 변천사를 한눈에 담는 여주시립폰박물관도 흥미롭다. 이웃한 금은모래강변공원에서 여유롭게 산책을 하고, 여주프리미엄아울렛에서 쇼핑을 겸한 가족 나들이를 즐겨도 좋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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