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출자 해소…삼성생명, 전자지분 처리만 남았다

전기·화재, 삼성물산 지분 매각
투명경영 이재용 부회장 의지
블록딜 방식 정공법 선택

삼성생명 보유 7.92% 전자지분
경영권 위협 등 고려 처리 부심

삼성화재와 삼성전기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을 모두 매각하며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고리가 모두 해소됐다.

삼성물산이 직접 지분을 인수할 것이라는 관측을 깨고 시장에서 블록딜(시간 외 대량판매)로 매각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을 위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순환출자를 사실상 모두 해소한 삼성은 지배구조 재편의 마지막 단계인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의 처리만 남겨 두게 됐다.

우선 삼성전기와 삼성화재가 삼성물산 보유 지분 3.98%를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다.

삼성전기는 투자재원 확보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보유 중이던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2.61%)를 6425억원에 처분했고, 삼성화재는 자산운용의 수익성 제고를 위해 보유 중이던 삼성물산 주식 261만7297주(1.37%)를 3285억원에 매각했다.

두 삼성 계열사의 삼성물산 지분 처분 결정은 그동안 논란이 됐던 순환출자 고리를 끊기 위한 데 있다.

앞서 삼성SDI가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을 받아들여 지난 4월 삼성물산 주식 404만여주를 전량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해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한 것의 연장선이다.

삼성SDI의 지분 처분으로 기존 7개의 순환출자 고리가 4개로 줄었는데, 이날 삼성전기와 삼성화재의 지분 처분 결정으로 사실상 모두 해소됐다.

그룹의 지주사격인 삼성물산의 지배력이 약화될 수 있음에도 블록딜 매각을 강행한데는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을 위한 이 부회장의 강한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그간 시장에서는 삼성물산이 자사주 형태로 삼성화재와 삼성전기 지분을 사들이거나 이 부회장이 직접 인수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었다. 


하지만 삼성은 주식시장을 통한 블록딜 매각방식으로 정면돌파를 택했다. 오너일가와 내부 계열사의 거래에서 빚어지는 불필요한 오해를 사전에 차단한 것이다.

특히 이번 매각은 이 부회장이 방북에서 돌아온 20일 이뤄지며 더욱 주목을 받았다.

재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재벌개혁의 핵심축으로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강조하는 만큼 이 부회장이 평화공동선언 성과에 맞춰 블록딜 방식의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노력을 보인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매각으로 이 부회장과 특수 관계인이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은 30.86%로 경영권을 유지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기는 이번 매각대금 6425억원을 투자재원으로 활용한다.

이날 삼성전기는 이사회를 열고 중국 텐진 생산법인에 전장용 MLCC(적층세라믹커패시터) 공장을 건설하고 시설투자 등에 5733억원을 투자하겠다고 결의했다. 지배구조 개선과 계열사의 미래 경쟁력 강화가 맞물려 돌아가는 모습이다. 삼성화재 또한 자산 운용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

순환출자 고리를 모두 해소한 삼성그룹은 이제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7.92%) 처리 문제만을 남겨두고 있다. 정부는 금산분리 원칙을 내세우며 연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매각 계획을 내놓을 것을 압박하고 있다.

삼성 측은 삼성생명 보유지분을 매각하면 전기나 화재와 달리 오너 일가 및 특수관계인의 삼성전자 지분율이 19.78%에서 11%대로 떨어져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증권업계는 삼성생명이 들고 있는 지분 중 2% 정도를 삼성물산이 매입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국회에 계류 중인 보험업법 개정안도 변수다.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대부분 매각해야 해 경영권 방어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회사 지분 가치를 기존 ‘취득원가’에서 ‘시장가치’로 바꾸는 것이 골자로, 이 법안 통과되면 삼성전자는 16조원 가량의 주식을 매각해야 한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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