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묵은 과제 ‘의무이행 소송제’…16년째 논의중

‘행정부 권한 침해한다’ 반발
국회 문턱 번번이 못 넘어

국가기관이 현실적으로 행정소송 판결에 불복하는 사례가 생기면서 한 번의 소송으로 행정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의무이행소송’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3월 의무이행소송 도입을 골자로 하는 행정소송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의무이행소송은 법원이 국가에 민원인의 요청대로 처분을 내리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제도다. 개정안이 도입되면 민원인은 소송을 제기하면서 “인ㆍ허가를 내달라”거나 “복지급여를 달라”고 청구할 수 있다. 현행법상 법원은 소극적으로 ‘허가를 내주지 않은 것은 위법’이라는 판결을 내릴 수 있을 뿐이지만, 법이 개정되면 ‘허가를 내주라’는 방식의 결론을 내는 것도 가능해진다. 행정청이 또 다른 사유를 들며 사실상 판결에 불복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셈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국가는 부과된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기간이 지연된 만큼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신속하고 효과적인 권익 구제가 가능해지는 장점이 있다. 신축 건물 인ㆍ허가 외에도 기초생활수급 신청, 산업재해 급여 등 다양한 분야의 민원에 대해 적용될 수 있다.

박균성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의무이행소송이 도입되면 소극적인 행정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며 “이미 독일, 일본 등 대부분 선진국에는 도입돼 있는 제도로 법리적으로도 문제없고, 국민 권리를 위해 조속히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무이행소송 도입 논의는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대법원이 지난 2002년 행정소송법 개정위원회를 구성해 처음 논의를 시작한 이후 16년째다. 2007년, 2013년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 또는 입법예고됐지만 “법원이 적극적으로 정책적 판단을 하는 것은 행정부 권한을 침해한다”는 주장에 번번이 가로막혔다. 중요한 국책사업에 의무이행소송이 남용될 수 있다는 우려, 행정기관이 처음부터 향후 문제가 될 수 있는 소지를 한꺼번에 모두 검토한 뒤에야 처분을 내려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하지만 행정소송 과정에서 충분히 반론을 제기할 절차를 마련하면 된다는 반대 논리도 있다. 행정소송에 정통한 한 부장판사는 “행정기관은 민원 처리 단계서 1차적 판단을 할 기회가 있다”며 “소송 과정에도 행정기관이 앞서 판단하지 않은 요건에 대해 의견을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경수 기자/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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