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추석 연휴 앞두고…50대 승강기 수리기사의 안타까운 참변

[사진=123rf]

-영등포 한 상가건물에서 수리 중 사망
-안전장비 없는 열악한 환경…반복되는 사고
-승강기 수리기사 참변 반복되자 국민청원도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추석 연휴를 앞두고 승강기 수리에 나섰던 50대 수리기사가 승강기 밑에 깔리며 숨졌다. 50대 가장의 안전을 지켜줄 장비조차 없는 열악한 현장에서 승강기 안전사고는 다시 반복됐다.

22일 영등포소방서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후 3시57분께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의 한 상가건물에서 다급한 신고전화가 걸려왔다. 승강기를 수리하던 수리기사가 승강기 통로에 끼어 크게 다쳤다는 내용이었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구조대가 출동했지만, A 씨는 이미 숨진 뒤였다. 소방당국은 수십 분 동안 유압 기계를 동원해 승강기를 들어 올리고 나서야 숨진 A 씨의 시신을 승강기 통로에서 꺼낼 수 있었다.

이날 A 씨는 이날 오후 건물 관리인으로부터 ‘위층으로 올라간 소형 화물용 승강기가 다시 내려오지 않는다’는 고장신고를 받고 수리에 나섰다. 좁은 승강기 통로에 몸을 비집고 들어가 고장이 난 부품을 확인 중이었다. 그 순간 위층에 있던 승강기가 그대로 추락했고, 밑에 있던 A 씨는 손쓸 틈도 없이 사고를 당했다.

수리작업 전 승강기의 추락을 막는 안전장치를 별도로 장착하고 안전모를 쓰는 등의 조치가 있어야 했지만, A 씨는 소규모 승강기 수리업체 직원으로, 현장에서 A 씨의 안전을 지켜줄 별다른 안전조치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승강기 고장으로 인한 사고사로 판단하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 중이다.

열악한 작업환경에서 숨진 A 씨의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경기 수원의 한 상가건물에서는 승강기 정비 작업 중이던 40대 근로자가 균형추에 머리가 끼이며 그대로 사망했다. 지난 5월에는 대구의 초고층 아파트에서 승강기를 수리하던 50대 기술자가 통로에 끼어 숨지기도 했다.

승강기 수리 중 사망하는 사례가 잇따르며 최근 청와대 게시판에는 “승강기 근로자들의 노예노동을 막아달라”는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청원인은 “승강기를 점검하거나 수리하는 기술자들도 365일 쉬는 날 없이 33시간 연속근무와 주당 80시간에 이르는 장시간 노동에 노출돼 있다”며 “장시간 노동 탓에 피로에 지친 근무자들은 휴식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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