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그러나] 학원가는 날? 노는 날? 아이들에게 사라진 한가위

중간고사를 앞둔 중고등학생에게 추석은 벼락치기를 할 수 있는 기회 혹은 혹은 놀거리가 많아 유혹의 시기로 인식됐다. 사진 기사와 무관. [사진=헤럴드경제DB]

-“세배하는 날?” 추석 뜻 모르는 학생들도 많아
-추석 직후 중간고사 “각종 유혹 참고 공부해요”
-학부모 “한가위 분위기라도 내줄걸….”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경기도 고양시의 중학교 2학년 송모(15) 양에게 추석은 ‘노는 날’이다. 몇 해 전부터는 친척집에도 가지 않고 간단히 집에서 제사를 지낸 뒤 뿔뿔이 흩어져 각자 논다. 올해 역시 송 양은 그동안 못 봤던 영화도 드라마를 보고 친구들도 만날 계획이다. 추석이 음력으로 언제인지 묻자 “잘 모르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 서울시 종로구에 사는 초등학교 5학년 이모(12) 군은 추석은 ‘용돈을 받는 날’에 불과했다. 친척 어른들에게 돈을 받을 수 있어 기다려진다고 했다. 이 군 역시 ‘한가위’의 뜻을 알지 못했다. 그는 설날과 헷갈렸는지 “세배(歲拜)하는 날이 아닌가요”라고 물었다.

음력 8월 15일 추석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명절이다. 그러나 최근 추석의 뜻도 모르는 아이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대가 달라지면서 추석에 차례나 성묘 등 전통을 지키진 않더라도 나라의 가장 큰 명절의 의미조차도 모르고 있다는 안타까운 목소리가 나온다.

중고등학생에게 추석은 공부하는 날로 여겨졌다. 대부분의 학교가 추석 직후 중간고사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추석 연휴는 벼락치기를 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였다. 서울 대치동, 목동 등 학원가에서는 추석특강이 여전히 성행하고 있는 상태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중학교 3학년 최모(16) 양은 “추석 때 재미있는 영화도 많이 하는데 중간고사 때문에 추석 때 맘 편히 텔레비전조차 보지 못했다”면서 “부모님께서도 일부러 텔레비전 소리를 줄이거나 아예 자리를 비워주신다. 추석은 유혹이 가득한 괴로운 날”이라고 전했다.

추석의 의미조차 모르는 청소년들이 생기자 일부 학부모들은 교육적인 차원에서라도 추석이 무슨 날인지 언급이라도 해줘야겠다는목소리가 나왔다. 전남 영광에 사는 정모(45) 씨는 “사실 추석때 아이들을 데리고 놀러 가기 바빴는데 아이들이 추석의 뜻도 모르는 것을 보고 반성했다”면서 “추석의 유래나 전통까진 아니더라도, 올해에는 추석이 가족들과 함께 하는 가을날이라는 풍성하고 따뜻한 분위기라도 만들어줘야겠다”고 말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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