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삼성 노조 와해’ 전현직 임직원 무더기 기소…“그룹 차원 공작 판단”

지난 4월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과 시민단체가 삼성의 노조 와해 의혹 관련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檢 “미전실이 와해 전략 수립, 전자ㆍ서비스가 실시”
-협력업체 위장 폐업, 임금삭감ㆍ일감 안주기로 탈퇴 압박

[헤럴드경제=유은수 기자] 삼성그룹의 무노조 경영 방침을 관철하기 위해 삼성전자서비스와 협력업체 등에서 노조 와해를 기획ㆍ실행한 전현직 임직원 등 30여명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 김수현)는 27일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을 지낸 이모 씨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 부사장을 지낸 강모 씨 등 삼성의 전현직 임직원 26명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삼성전자 노무 담당 임원이었던 목모 씨 등 4명은 같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상태다. 이른바 ‘시신 탈취 사건’ 故 염호석 씨의 부친 염모 씨 등 2명은 재판에서 위증한 혐의로 지난 17일 기소됐다. 이번 노조 와해 사건 수사 결과 재판에 넘겨진 사람은 총 32명에 달한다. 또 삼성전자서비스 등 법인 2곳은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란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삼성의 노조 와해 공작이 그룹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노조 와해 공작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을 컨트롤타워로 하여 삼성전자,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에 이르기까지 장기간에 걸쳐 일사분란하게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미전실 인사지원팀은 해마다 노조 설립 저지, 세 확산 방지, 노조 탈퇴 유도 등을 담은 일명 ‘그린화(GREEN化)’ 전략을 수립하고 실시했다. 삼성전자ㆍ삼성전자서비스는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기획해 본사나 미전실에 보고하고 이를 실행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에 따르면 삼성 임직원들은 노조 활동을 막기 위해 2013~2014년 노조 설립 단계에 있는 삼성전자서비스의 협력업체를 폐업시키고 조합원의 재취업을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13~2016년 그린화 전략 일환으로 협력업체 조합원들에게 업무 전환, 일감 안 주기, 개별 면담 등을 실시하고 노조 탈퇴를 회유ㆍ종용한 혐의도 받는다. 같은 기간 노조 활동을 이유로 임금을 삭감하고, 조합원의 채무ㆍ결혼 여부ㆍ건강 상태 등 민감 정보를 수집하고 관리하기도 했다.

2014년 5월엔 노조 탄압에 항거하다 목숨을 끊은 염 씨에 대해 노동조합장을 치르지 않도록 염 씨 부친을 회유한 사안에는 법인 자금 6억 8000만 원을 지급한 혐의(업무상 횡령 등)도 적용됐다. 장례 과정에서 체포된 노조 간부 재판의 증인으로 출석한 염 씨 부친은 삼성 측과 만난 적도, 돈을 받은 사실도 없다고 위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영자총연합회(경총) 노사대책본부 직원들은 삼성 측 요구대로 협력업체 사장들에게 설명회 등을 통해 단체교섭 지연 전략을 지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청 정보국 노정 담당이었던 김모 씨는 2014~2017년 사측 대표인 것처럼 협상 테이블에 앉아 회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협상을 주도한 대가로 6100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검찰 관계자는 “그동안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업무방해죄 등으로 강하게 처벌해온 반면, 사측의 부당노동 행위에 대해서는 법정형이 상대적으로 가볍게 규정돼있고 사측에 유리하게 해석ㆍ운영되어온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ye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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