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대법원 수사’ 해 넘기나…임종헌 조사시기가 관건

[사진=연합뉴스]

-올해 끝내려면 내달 ‘연결고리’ 임종헌 전 차장 조사해야
-국정조사 변수… 차한성·박병대 전 대법관도 조사 불가피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양승태(70)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과 재판 거래 의혹에 대한 수사가 장기화되고 있다.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지 100일이 넘었지만, 아직 주요 관계자로 거론되는 임종헌(59)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조사도 이뤄지지 않아 수사가 장기화될 전망이다.

27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검토하고 있는 주요 의혹은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 개입 ▷전교조 법외노조 소송 개입 ▷판사 성향 분류 및 뒷조사 ▷부산 법조 비리 의혹 사건 개입 ▷법원행정처 공보관실 운영비 유용 등이다.

임 전 차장에 대한 직접 조사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임 전 차장은 법원행정처 판사들에게 특정 성향의 연구모임 활동을 방해하고, 개별 사건에 대한 검토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법원 자체 조사를 통해서도 밝혀졌다. 문제는 조사 시기다. 임 전 차장에 대한 조사가 너무 늦어질 경우 수사가 해를 넘겨 장기화될 수 있다. 임 전 차장은 주요 피의자인 동시에 법원행정처 처장을 지냈던 박병대(61) 전 대법관과 양 전 대법원장의 권한 남용 사실을 진술할 수 있는 ‘연결고리’로도 꼽힌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주도한 사법행정권 남용 사실 외에 특정 사건에 행정처가 개입해 재판을 왜곡했다는 의혹도 확인해야 한다.

법원행정처가 정세분석을 통해 대법원에 유리한 재판 결과를 전망하고, 양 전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대법관들이 이를 토대로 실제 사건에 영향을 줬다는 게 골자다. 국회가 이 사안에 대해국정조사에 나설 수도 있어 임 전 차장의 검찰 출석 시기를 결정하는 데 변수가 될 수도 있다. 국정조사와 검찰 수사가 동시에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박 전 대법관은 전임 법원행정처 처장이었던 차한성(61) 전 대법관과 함께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에 부당하게 개입하려 한 정황이 확인된 상태다. 검찰은 박근혜 정부에서 김기춘(79)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주도로 법원행정처 처장과 외교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대책회의를 연 기록을 확보하고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차 전 대법관은 2011~2014년, 박 전 대법관은 2014~2016년 법원행정처장으로 재직했다.

수사가 내년까지 이어지지 않으려면 다음 달에는 임 전 차장을 조사해야 하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검찰은 당초 법원행정처에 근무했던 판사들에 대한 혐의를 구체화한 뒤 임 전 처장을 조사할 예정이었으나 강제 수사에 필요한 압수수색 영장이 줄줄이 기각되면서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을 지낸 유해용(52·19기)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첫 신병확보에도 실패했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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