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靑 업무추진비 유용 의혹, 철저한 진상규명이 우선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제기한 청와대 업무추진비 유용 논란이 정치 공방으로 비화되는 모습이다. 당장 한국당은 심 의원에 대한 검찰 수사를 ‘야당 탄압’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28일에는 의원들이 대검찰청과 대법원을 항의 방문했고, 전날에는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대정부투쟁’을 결의하기도 했다. 정기국회와 국정감사를 앞두고 야당 길들이기라는 말도 흘러나온다.

여당인 민주당 역시 한 치도 물러설 기세가 아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정당한 법집행’을 강조하며 야당 주장을 일축했다. 일각에선 “정국 주도권을 쥐려는 의도”라고 한국당을 몰아붙였다. 사태가 쉬 가라앉지는 않을 듯하다.

정치권 공방이야 늘 있었고, 예정된 수순이지만 이번 사안은 정치적 관점에서 따질 일이 아니다. 일단 문제가 표면화된 이상 적어도 두 가지 관점에서 명확한 규명이 필요하다. 심 의원이 공개한 청와대 업무 추진비 내역이 사용 규정에 부합하느냐는 점과 정보의 취득 과정이 적법했는지의 여부가 그것이다.

심 의원의 주장은 청와대가 업무 시간과 무관한 심야 및 주말에 2억4000여만원의 업무추진비를 부적절하게 사용하는 등 정부의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을 어겼다는 게 요지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24시간 365일 근무체제’라 규정에 어긋나는 게 없다는 입장이다.

업무의 특성상 청와대 해명이 전혀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공개된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보면 미심쩍은 구석이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밤 11이후에 수천만원을 쓴 흔적이 뚜렷하고, 백화점 쇼핑에도 그만한 돈이 지출됐는가 하면, 아예 용처를 밝히지 않거나 불분명한 것들도 있었다고 한다. 사적 사용이 의심되는 정황들도 상당수라는 게 심 의원 주장이다. 업무추진비는 국민의 혈세다. 감사원 감사를 통해 제기된 문제에 대한 사실 여부를 철저히 가려야 한다. 국민들의 알 권리 차원에서도 반드시 규명하고 만에 하나 부정 사용이 확인된다면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내역 공개와 그 과정이 불법성 여부도 마찬가지다. 국정감사를 통한 행정부 견제와 감시가 국회의원 고유의 일이기는 하나 관련 정보를 불법으로 취득했다면 절차적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 시스템 오류로 자료를 취득했다는 심 의원과 불법인줄 알고도 내려받았다는 기획재정부의 반박이 팽팽하다. 기재부 고발로 검찰이 수사를 진행중이라니 그 결과를 지켜볼 일이다. 다만 검찰은 정치적 고려를 배제하고 한점 의혹이 남지 않도록 엄정하게 수사에 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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