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폴 수사 현실①] 수백 명 넘는 한국인 국제수배자…정작 인터폴 홈페이지엔 ‘0명’?

인터폴 홈페이지에 공개된 적색수배자 정보 [사진=인터폴 홈페이지 캡처]

-인권 문제로 한국인 수배자 수백 명 정보 비공개
-인터폴 “한국이 요청”…경찰 “검거율 차이 없어서”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국내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해외로 도주한 피의자에 대해 경찰은 현지 사법당국과 공조수사를 위해 ‘인터폴 적색수배’를 요청한다. 한 해에만 수십 명의 수배자가 인터폴 추적망에 새로 등록되지만, 정작 수배자 정보를 공개하는 인터폴 홈페이지에 한국 수배자 정보는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경찰 등에 따르면 현재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홈페이지의 적색수배자 명단에서 한국이 수배를 요청한 범죄자의 정보는 한 건도 없다. 한국 측에서 인터폴에 수배자 정보를 모두 삭제해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프랑스 리옹에 본부를 두고 있는 인터폴 측은 “모든 국제수배 범죄자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한국에서 수배를 요청한 범죄자 정보는 한국 경찰의 요청에 따라 홈페이지에 공개하지 않고 회원국 사법기관에만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인터폴 홈페이지에는 적색 수배 중인 전 세계 범죄자 200여명의 신상정보와 죄명 등이 공개돼 있다. 특히 적색 수배는 인터폴 수배 등급 중에서도 가장 높은 등급으로, 현지에서 구속영장이 이미 발부된 중범죄자 등에게 주로 내려진다.

공개된 수배자 명단에 한국 국적의 수배자가 한 명도 없는 것은 아니다. 인터폴 홈페이지에는 인도 정부가 요청한 한국인 사기 용의자 등 3명의 한국인 수배 정보가 공개돼 있다. 인터폴 관계자는 “외국 사법기관이 공개를 요청한 경우에는 국적이 다르더라도 홈페이지에 공개한다”며 “한국 경찰이 이들 정보까지 삭제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고 했다.

경찰은 지난 2014년 피의자 인권보호 조치의 일환으로 한국인 수배자 정보의 홈페이지 게재를 중단해달라고 인터폴 측에 요청했다. 지난 2010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자수를 했는데도 수배자 정보가 공개돼 모멸감을 느꼈다”는 한 수배자의 진정을 받아 사법당국에 수배자 정보 공개 제도 수정을 권고한 데 따른 조치다. 당시 경찰은 “인터폴 홈페이지에 캡처 방지 기능 등이 적용되면 다시 공개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까지 관련 기능은 추가되지 않았다. 인터폴 관계자 역시 “캡처 방지 기능 등을 추가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수배자 정보 공개 문제에 대해 경찰은 “국내 수배와 국제 수배는 성격이 달라 굳이 수배자 정보를 인터넷에 공개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폴 적색 수배 정보를 공개한다고 해서 검거율이 크게 오르는 것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공개된 정보를 피해자 등이 임의로 공유하는 등 악용 사례가 있어 삭제를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전 세계 192개 회원국 중에서도 인터폴 적색 수배 제도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국가에 속한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숫자를 말할 수는 없지만, 현재 수백 명에 달하는 적색수배자 정보가 각국 사법기관과 공유되고 있다”며 “적색 수배 제도를 통해 범죄자 신병을 인도받는 사례도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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