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 시험대에 오른 재정-통화 부문 ‘정책조합(policy-mix)’…김동연-이주열 ‘공조’ 주목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국과 미국의 금리격차가 0.75%로 확대되면서 통화와 재정 부문의 ‘정책조합(policy-mix)’가 중대 시험대에 올랐다. 사진은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올 연초 회동 모습. [헤럴드경제 DB]

자금이탈ㆍ유동성 함정 차단 vs 일자리ㆍ경기 활성화…양면적 과제 풀어야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국과 미국의 금리 격차가 0.75%포인트로 확대되면서 우리나라 재정과 통화 부문의 ‘정책조합(policy-mix)’이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금리격차 확대로 인한 자금이탈 등 금융불안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선 기준금리를 인상할 필요성이 있지만, 수요 부진 등 경기위축을 방어하기 위해선 저금리 기조의 유지가 긴요하기 때문이다.

재정과 통화의 정책조합을 통해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으면서 금융시장을 안정시켜야 할 양면적 과제가 정부와 한국은행에 주어진 셈이다. 그동안 ‘찰떡 공조’를 과시해온 김동연 부총리와 이주열 한은 총재가 이 고차방정식을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

무엇보다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한미 금리격차 확대와 신흥국 불안의 한국 전이 가능성, 향후 통화정책 여력의 확보 등을 위해선 한국의 기준금리도 인상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당장 외국인 투자자금의 이탈 가능성은 적지만, 신흥국 불안이 터키와 아르헨티나에서 브라질, 남아공, 인도네시아 등으로 확산되고 있어 그 파장이 한국으로 전이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향후 통화정책 여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초저금리 장기화로 ‘유동성 함정’에 빠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도 기준금리를 적정 수준으로 올릴 필요성이 있다. 현재 한은의 정책금리는 1.5%로 사실상 역대 최저수준이며, 미국의 기준금리 상단(2.25%)과는 0.75%포인트 차이가 난다. 이처럼 낮은 금리 수준에서는 향후 경기가 악화될 경우 금리 정책의 여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있고, 금리를 더 내려도 시장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금리인상론이 계속해서 제기되는 핵심 이유다.

반면에 국내 경제상황을 보면 금리를 올릴 처지가 아니다. 일자리 사정이 갈수록 악화하는 가운데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 등 총수요 부진이 심화하면서 경제활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소비자물가도 지난달 1.4%로 한은의 관리목표(2.0%)를 크게 밑돌고 있다. 총수요 부문의 인플레 압력을 보여주는 근원물가지수(농산물ㆍ석유류 제외지수)는 0.9%로 사실상 역대 최저수준이다.

한마디로 국내 경제사정을 봐서는 기준금리를 올려 경기를 조절하거나 물가 압력을 완화할 필요가 거의 없다. 오히려 금리를 내려야 할 상황이다. 금리를 올리면 1500조원에 육박한 가계부채 부담이 늘어나 경제가 더욱 어려운 수렁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이런 진퇴양난의 상황을 통화와 재정, 거시와 미시 부문의 ‘정책조합’을 통해 타개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확장적 재정정책과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되, 금리를 올리더라도 재정과 금융 정책을 통해 동시에 보완함으로써 부작용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한은은 시장과의 소통을 강화해 예측 가능성을 높임으로써 정책 변화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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