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책’ 막아라…안양 도서관 ‘금서목록’ 있었다

[사진=문재인 스토리]

[헤럴드경제=이슈섹션] 경기도 안양시가 지난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시립도서관 등 공공도서관에 이른바 ‘도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시민들에게 대출을 제한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어린이도서관을 뺀 안양시립 9개 도서관에서는 문재인·이재명·박원순 등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촛불혁명’ 관련된 책자, 박근혜·최순실 비판 관련 서적 등 73종의 도서를 사들이지 못하게 하거나, 기존에 있던 책의 대출을 제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28일 한겨레신문이 보도했다.

안양시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시는 최근 평생교육원과 안양시립도서관 등에 대한 감사를 벌여 2016년 12월~2017년 11월까지 평생교육원장으로 근무했던 고위 공무원(4급) A씨의 부당한 지시로 9개 시립도서관에서 43종의 책자는 구매 금지, 30종의 책자는 이용제한 조처를 내린 사실을 적발했다.

시는 “대선을 앞둔 지난해 3~4월 안양시립도서관 등에서 특정 정치성향이나 이념이 담긴 도서에 대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명목으로 이런 조처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대선 직전 경기도 안양시립도서관에서 시민들의 대출 막았던 도서목록 가운데 일부. 이용제한 설정일과 해제일이 적혀있다.

시 감사와 ‘한겨레’ 취재 결과, 해당 고위 공무원은 지난해 3월 도서관별 도서구매 결재과정에서 문재인·이재명·박원순 등 당시 민주당 대선 관련 후보자 도서는 물론 자신의 가치관과 다른 내용을 담은 도서를 사들이지 못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같은 해 3월23일 석수도서관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쓴 ‘이재명의 굽은 팔’, ‘이재명 대한민국 혁명하라’ 등의 도서를 사려 하자 결재를 거부했다. 또 같은 해 4월 비산도서관 담당 공무원에게 ‘평범한 주권자의 탄핵 공부’(저자 신상준)를 구매 목록에서 제외하도록 지시했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과 관련한 책인 ‘문재인 스토리’, 박원순 서울시장이 쓴 ‘박원순과 도올, 국가를 말하다’를 비롯해 1989년 방북했던 임수경 전 의원의 ‘참 좋다! 통일세상’ 등에 대해서도 이용제한 조처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함께 해당 고위공무원은 지난해 3월 평촌·관양도서관에서 ‘최순실과 예산 도둑들’(저자 정창수 등 4명)이란 책을 사려 하자 “재판 중인 사건을 담은 도서이므로 도서관에 비치하기 부적절하다”며 결재를 하지 않다 담당 공무원이 반론을 제기하자, ‘시민들에게 검색되지 않도록 하는 조건’을 달아 결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고위공무원은 특히 지난해 3월 도서관 담당 공무원에게 ‘도서관별 정치 관련 도서 목록을 작성하라’고 지시해 공무원 전용 인터넷망인 ‘새올행정시스템’으로 보고받은 것으로도 확인됐다.

안양시는 이번 감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국민의 정보 접근권과 알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해 ‘지방공무원법’ 제48조(성실의 의무)를 위반한 만큼 경기도에 ㅊ씨의 중징계를 건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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