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고령화시대]“추모” vs “혐오”…동네 앞 반려동물 장례식장 ‘갈등’

[사진=반려인구 1000만시대. 하지만 정작 반려동물의 죽음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등록 반려동물 117만마리 불구 동물장묘업체 31곳 뿐
-혐오시설로 간주해 설립 쉽지 않아…행정소송도
-“피해 없는데도 반대해선 안돼…사회적 합의 절실”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우리나라 반려동물 인구는 1000만명에 달하지만 반려동물의 죽음은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 동물장묘업체에서 소각이 가능하지만 현재 국내 동물장묘업체는 31곳 뿐이다. 전국 곳곳에서 주민들이 ‘혐오시설’이라며 설치를 반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생활환경, 수의료 기술 발전으로 15세 이상 사는 반려동물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가족같은 반려동물의 아름다운 죽음을 고민하는 사람들도 덩달아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현행 폐기물관리법에 따르면 반려동물 사체는 폐기물에 해당돼 쓰레기 봉투에 담아 버려야 한다. 임의로 매장하거나 소각해선 안되며 사유지라고 하더라도 묻는 것은 안 된다. 적발되면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이를 쉽게 받아들이는 반려인들은 많지 않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동물보호 관련 국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반려동물의 죽음을 겪게 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물음에 1.7%만 ‘쓰레기봉투에 담아 처리하겠다’고 답했다. 약 60%는 ‘장례 서비스를 이용하겠다’고 답했다.

문제는 동물장묘시설을 혐오시설로 간주해 설치를 반대해 설립 자체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2018년 10월 현재 전국에 등록된 동물장묘시설은 31곳이다. 2017년 기준 전국에 등록된 반려동물 수인 117만5516마리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서울, 인천, 강원, 대전, 울산, 전남, 제주도에는 동물 장묘시설이 아예 없다.

건립을 추진하던 도중 주민 반발로 무산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고 지자체와 사업자 간 소송전을 벌이는 곳도 많다. 대구, 경기 용인 파주 양평 등에서 행정소송이 벌어졌다.

행정소송 결과 재판부는 대부분 업체의 편을 들어줬다. 울산지법은 울산건축협동조합이 울산광역시 울주군수를 상대로 낸 동물장묘업 영업등록신청 반려처분 취소소송에서 “동물장묘업 영업등록신청 반려처분을 취소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지자체의 거부처분은 동물보호법 규정에 반할 뿐 아니라, 뚜렷한 이유없이 거부하기 위한 구실로 내세운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으므로 자의적인 행정처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수원에서도 개발행위불허가처분취소 소송에서 동물장묘업체가 승소했다. 수원지법은 “주민 338명이 동물장례식장 개발을 반대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반대 이유를 파악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동물장례식장은 반려동물의 죽음을 애도하는 시설로, 반드시 혐오시설 또는 기피시설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개발 신청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전문가들은 동물장묘업체를 혐오시설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은 만큼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사회적 합의점을 찾을 때라고 강조했다.

박소연 동물단체케어 대표는 “동물장묘업체 뿐만 아니라 동물 보호소나 중성화 센터도 지역주민들이 반대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역주민들에게 뚜렷한 피해를 주지 않는데도 동물이라는 이유로 혐오시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면서 “반려동물 인구 1000만명 시대에 사람들도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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