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압수수색 검찰, ‘재판거래’ 첫 처벌 가능할까

-사상 초유 전직 대법원장 입건에도 ‘법 왜곡죄’ 규정 없어
-직권남용, 뇌물죄 등 거론되나 범죄성립 여부 의견 분분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검찰이 양승태(70) 전 대법원장과 전직 대법관 3명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전직 대법원장이 피의자로 입건되는 초유의 일로, ‘재판거래 ’에 대한 첫 처벌 사례가 나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1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전날 양 전 대법원장 차량과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차한성(61)·박병대(61)·고영한(63) 전 대법관의 주거지와 사무실 등에서 확보한 자료를 검토 중이다.

특히 박 전 대법관과 차 전 대법관은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에 부당하게 개입하려 한 정황이 확인된 상황이다. 검찰은 박근혜 정부에서 김기춘(79)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주도로 법원행정처 처장과 외교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대책회의를 연 기록을 확보하고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차 전 대법관은 2011~2014년, 박 전 대법관은 2014~2016년 법원행정처장으로 재직했다. 회의 내용이 대법원 재판부에 전달됐는지를 입증할 수 있느냐가 수사의 관건이다.

다만 이 과정이 입증되더라도 재판에 부당하게 개입한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느냐에 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현행 헌법상 판사나 대법관, 대법원장은 잘못을 물어 국회에서 탄핵할 수 있을 뿐, 법률로 ‘법 왜곡죄’를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법조계에서는 직권남용죄와 뇌물죄 적용이 거론된다. 형사사건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수사기관 상급자가 하급자 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하면 직권남용죄로 처벌한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2012년 일본 강제노역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청구권을 인정했지만, 지금까지도 최종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 검찰은 외교부 요청에 따라 재판을 지연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대법원은 국제법적 문제가 얽혀 있어 사건이 지연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낸 한 부장판사는 “직권남용은 말 그대로 직무에 관한 권한을 남용하는 범죄인데, 법원행정처장은 재판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법원행정처장은 사법행정을 총괄하고, 대법원 3개의 재판부는 물론 대법과 전원이 함께 심리하는 전원합의체에도 관여하지 않는다. ‘직무에 관한 권한이 없다’는 주장이 가능한 대목이다. 실제 정부의 의중이 재판부에 전달됐다 하더라도, 당시 심리에 관여한 대법관들이 여기에 영향을 받았다고 진술하지 않는 이상 인과관계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은 것도 난점이다.

대법원이 외교부로부터 해외 파견 자리를 늘려달라는 요구를 하고 강제징용 사건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것을 뇌물거래로 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대형로펌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공무원끼리 뇌물죄 성립하는 경우가 많다, (재판거래 사건은) 직무관련성은 확실하다”면서 “다만 해외 파견 자리를 늘려준 게 뇌물로 될 수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대법원 판례상 ‘뇌물’은 통상 재산상 이익과 연결되는 개념으로 인정되지만, 예외적으로 금전이나 물건이 아니어도 무관하다고 사례도 있다. 2014년 대법원은 피의자와 성관계한 전직 검사 사건에서 성관계를 한 것도 뇌물로 볼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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