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근로제 시행 석달]퇴근버스 시간 당기고ㆍ저녁회식 없애고…‘워라밸’ 정착

LG그룹은 정시퇴근이 정착되자 10월 1일부터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출발하는 퇴근버스를 오후 6시20분에서 6시로 앞당겼다. 사진은 지난 7월 주52시간 근로제 시행 직후 LG 계열사 직원들이 트윈타워에서 퇴근버스에 탑승하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 LG ‘칼퇴’ 자리잡자 퇴근버스 18시20분→18시로…삼성전자 수원 출발 막차 2시간여 당겨
- 출퇴근 눈치관행 사라지고 저녁 회식은 점심으로 대체
- LG전자 주5일 복장자율…SK ‘공유오피스’ 도입 등 일하는 방식도 변화
- 사내 자기계발 강좌 활발…퇴근후 ‘샐러던트’도 증가 추세
- 다만 근로시간 줄었는데 일은 줄지 않아 회사 밖에서 일하는 어려움도
- 일부 업종선 탄력근로시간제 단위 6개월ㆍ1년 확대 절실

[헤럴드경제=산업섹션] 지난 7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에 들어간지 석달이 넘어서면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정착되는 모습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출퇴근 시간 눈치보는 관행은 점차 사라지고, 불필요한 야근과 저녁회식이 대폭 줄었으며, 퇴근 통근버스 시간도 앞당겨지고 있다. ‘저녁이 있는 삶’이 자리잡으면서 사내 자기계발 강좌는 물론 퇴근 후 샐러던트(샐러리맨 스튜던트의 준말)도 증가하는 추세다.

다만 근로시간은 줄었는데 일은 줄지 않아 회사 밖에서 일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나, 탄력근로시간제 기간단위를 기존 3개월에서 6개월이나 1년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정시퇴근 정착…퇴근버스 시간도 앞당겨= 1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은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출발하는 퇴근버스 출발시간을 이날부터 오후 6시20분에서 6시로 20분 앞당긴다. 지난 5월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을 앞두고 오후 7시에서 6시20분으로 변경한 지 5개월 만이다.

이는 트윈타워에 입주한 6개 계열사 임직원들의 정시퇴근(오후 5시30분) 문화가 빠르게 정착되면서 퇴근버스를 6시20분까지 지체할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역시 수원 사업장에서 출발하는 퇴근버스 막차 시간을 두시간여 앞당겼다. 양재ㆍ강남행의 경우 밤 11시40분에서 9시20분으로 조정해 야근을 하더라도 일찍 끝낼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유연근무제도 지난 3개월간 빠르게 확대ㆍ적용됐다.

LG전자의 경우 9월 중순 기준 사무직 임직원 80% 이상이 유연근무제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K는 2~4주 단위의 선택근로제를 활용해 주 12시간 초과근로자가 제도 시행 전에 비해 절반 이상 줄었다.

SK 관계자는 “지난 추석 연휴 직전 금요일에는 4시간 단축근무한 직원이 많아 나머지 시간을 주중에 초과근무로 채우기도 했다”며 “불가피하게 주 12시간 초과 근무를 할 경우 이를 조직내에서 묵인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리더들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과 알람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역시 선택적 근로시간제 적용을 받는 직원이 제조직을 제외한 6만명으로, 전체 임직원의 60% 가량이 해당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유연근무제에 대한 만족도가 높고 저녁 회식도 점심으로 대체되고 있다”고 말했다.

눈치보지 않고 본인이 생각한 시간에 퇴근이 가능해지면서 사내 자기계발 강좌나 퇴근 후 여가활동을 즐기는 직장인들도 늘고 있다.

LG전자 등 8개 계열사 R&D 연구원들이 집결한 LG사이언스파크는 ‘SP Insite Class’를 만들어 매주 한번씩 업무시간이 종료된 오후 6시부터 요가, 손뜨개, 연극, 여행 독일어 등을 배울 수 있도록 강좌를 개설했다.

또 평생교육기업 휴넷에 따르면,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 오프라인 강의를 찾는 수강생 수가 4배 이상 늘었다.

주5일 복장자율 등 일하는 방식도 변화= 일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LG전자는 지난달 17일부터 주 2일이던 ‘캐주얼 데이’를 주 5일로 확대했다. 4대 그룹 주요 계열사 중 복장 자율화를 최초로 시작한 것이다. 딱딱한 정장차림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옷차림으로 유연한 사고와 일하고 싶은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다.

SK그룹은 서울 종로 SK서린빌딩을 19년 만에 전면 리모델링하고 빌딩내 모든 사무공간에 ‘공유오피스’ 개념을 도입키로 했다.

앞서 SK E&S, SK종합화학 등 3개 계열사가 리모델링 기간 이전해 있는 그랑서울 빌딩은 이미 공유 사무실로 개조해 사용 중이다. 특정 회사나 부서 구분없이 독서실형, 테이블형, 노트북 전용 등 ‘공유사무실’에서 자유롭게 일한다. 회사 측은 다른 계열사 직원들과 활발한 교류를 통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 52시간 근로제가 대기업을 중심으로 정착단계에 들어서고는 있지만 아직 개선해야 할 점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정조원 한국경제연구원 고용창출팀장은 “대기업 내에서도 탄력근로시간제가 6개월이나 1년 단위로 확대되지 않아 일정기간에 일이 몰리는 신제품 개발 조직 등은 애를 먹고 있다”며 “건설부문의 경우 해외파견 인력에 국내법이 적용돼 현지 근로환경과 맞지 않고, 중소기업은 구인난까지 겹쳐 납품기한을 맞추는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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